궁궁이 꽃
눈 내리는 날 거리에서
구세군 자선남비 속에
백동전 하나 넣고 가는
고사리 손을 보았습니다
눈송이보다 더 하얀 백동전을
남비 속에 수줍게 밀어넣고는
총총히 멀어지는 소녀를 보았습니다.
자잘한 꽃들이 한데 모여
고봉밥 같은 꽃다발을 이루는
여름 냇가에 피는 궁궁이 꽃처럼
비록 보잘 것 없는 백동전이라도
모이고 쌓이면 누군가의 따뜻한 밥이 된다고
속삭이듯 내리는 눈송이 하나가
소녀의 작은 어깨를 가만히 짚어주었습니다.
글.사진 -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