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그림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병원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큰 눈송이 하나가

손등에 내려앉았어. 한참을 바라보았어. 세게 후우 하고 입김을 불었어.

눈송이가 민들레 홀씨처럼 사방으로 흩어졌어. 난 속으로 생각했어.

지금 날아간 저 민들레 홀씨 중 하나가 구멍가게를 지나고, 학교 앞

건널목을 건너고, 골목길을 맴돌다 봄이 되면 그림자가 물을 주던

그 고무대야 화분에서 예쁜 민들레꽃으로 피어났으면 좋겠다고.

- 이사람, 동화 ‘잘 가, 그림자’ 중에서 -

 

민들레 홀씨 같은 눈송이에 담아보는 소원.

아프거나 슬펐던 기억들도 가볍게 날아가,

환한 기쁨으로 피어나길 빌어보는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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