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호 화폭 가득 은행잎이 흩날린다. 일부 겹쳐져 흐르는 수십, 수백 잎들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색이 제각각이다. 노랑에서부터 초록을 띠기도 하고, 때론 붉은색을 머금은 분홍이다. 바탕도 유사빛으로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파스텔톤을 뿜어낸다.

이번엔 갈대다. 마찬가지로 120호 대작위에서 일렁이는 갈대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딱히 색을 집어낼 수 없는 예의 파스텔톤이 서정적으로 다가온다.인천출신 동양화가 백혜경씨가 고향에서는 처음 여는 개인전에 내보일 작품이다. 인천신세계갤러리를 온통 들꽃과 들풀로 채운다.

“주제는 4계절이에요. 가을을 중심으로 여름에 피는 꽃,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의 풀, 겨울 들풀을 담았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샹화와 풀이 소재죠. 보이는 대로 묘사하되 원색 대신 표현하고 픈 색을 입혔습니다.” 작가의 전시회 해제다.

줄 곧 그려온 소재가 꽃과 풀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도 이탈은 크지 않다. 원색을 거부한다. 은은함이 묻어나는 파스텔톤이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색을 입혀 덮어두고 다시 입히는 과정을 최소 열번은 해요. 그 색이 쌓여 원하는 색을 뽑아냅니다.” 들이는 정성만큼 걸리는 시간이 하염없다.

단순한 평면을 넘어 입체를 지향한다. 물감에 돌가루를 섞은 석채 채색을 시도했다.

“석채만 쓰면 디자인처럼 끊어져 딱딱한 느낌이 나죠. 진흙으로 만든 인공연료 수간을 섞어 부드러움을 주었습니다.”

작품마다 부드러운 침근감이 물씬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열여덟 작품을 완성하는데 꼬박 1년반이 걸렸다고 말한다.

“졸업후 주로 대전에서 활동하다 보니 고향에서 신고식이 늦었습니다. 물론 인천에서 또다시 전시회를 열어야지요.”
6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진다. ☎(032)563-3628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