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집행이라고 하더라도 수확중인 채소까지 전부 훼손하는 게 말이 됩니까?”

토지를 임대받아 10년이 넘게 채소농사를 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8일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법원 집달관과 50여 명의 용역직원들이 찾아와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애지중지 가꿔온 채소까지 몽땅 훼손하고 갔기 때문이다.

전날부터 오이를 수확하기 시작, 조만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었다.

A씨에게는 그야말로 1년 농사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오이까지 왜 망쳐놓냐’고 울고불고 하소연해도 소용없었다.

법원 집달관은 ‘비닐하우스와 야채까지 철거하라’는 토지주의 각서를 A씨에게 내밀었다.

토지주에게 법적소송은 졌지만, 채소를 수확할 수 있게 9월까지만이라도 봐달라는 A씨의 부탁은 무참하게 짓밟힌 것이다.

재산상의 피해를 따질 겨를도 없었다. A씨는 그의 부인과 함께 훼손된 오이만 움켜진 채 눈시울을 붉혔다.

A씨는 지난 1995년부터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 105의 2번지 일대에서 오이, 토마토 등을 재배해왔다.

총 면적은 1만3천884㎡(4천200평)으로, 이 땅의 소유주는 세 명. 그 중 한 토지주가 3, 4년전부터 자신의 땅 2천644㎡(800평)에서 농사를 짓지말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A씨는 황당했다. 1년 선도제로 200만원씩 꼬박꼬박 냈고, 생산녹지인 이 땅은 길도 없거니와 토지주가 농사를 직접 짓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토지주는 A씨의 성실함을 인정해 임대를 연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속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A씨와 토지주는 법적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수확을 앞둔 농산물을 훼손하는 것은 농사꾼을 죽이는 꼴”이라며 하소연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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