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2007년 가을호(통권 56호) 특집은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오늘’이다.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와 쓰라린 경험으로 지나간 외환위기의 흔적을 10년후 현실에서 찾고자 한다는 기획의도를 내걸었다.

편집위원인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권두언에서 “현실을 여섯개의 단어로 구체화, 비정규직, 기러기 아빠, 명품, 자살, 삼성공화국, 론스타를 선택했다”며 “여섯 단어만으로는 담을 수 없고 분석만으로는 볼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많으므로 소설을 끌어들이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KTX 여승무원’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즉 파견노동자의 문제다. 코레일은 승무원의 업무가 파견이 아닌 도급이라고 하지만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은 첫번째 글 ‘비정규직 노동자-불안의 일상화 비상식의 상식화’를 통해 불법파견임을 조목모목 밝힌다.

이어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의 ‘삼성공화국-환란이 낳은 정부 위의 정부’는 삼성공화극의 실상을 숫자로 보여준다. 외환위기 이후 삼성이 다른 재벌과 함께 우리경제에서 차지하게 된 비중도 놀랍지만 언론의 광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놀랍다.

김 교수는 “관료와 재벌의 유착을 깨뜨리지 않고는 개혁도 진보도 이룰 수 없다”며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재벌에서 찾는 시대착오적 인식을 탈피하지 않고서는 어떤 대안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자본-효율성과 애국심 사이에서’라는 글에서 정부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긴 것을 비판한다.외국자본이어서가 아니라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이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기지 말아야 했듯 은행만은 재벌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0년의 문학은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고봉준 문학평론가의 ‘노동하는 인간에서 노는 인간으로-포스트 IMF시대의 문학’은 일상성과 내면성의 발견을 주조로 했던 1990년대 이후 소설이 환란을 계기로 적지않은 변화를 겪었음을 보여준다.

조은 동국대 교수의 ‘기러기 아빠-월드클래스를 향한 욕망의 기호’, 신동준 계명대 교수의 ‘자살-환란의 사회 병리학’, 정준영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의 ‘명품 열풍-상실의 시대, 이미지의 보상’도 만날수 있다.

특집 마무리는 지난 10년을 스케치한 짧은 소설에게 내주었다. 김남일의 ‘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은 지난 10년 한국사회와 세계 전체를 지배하게 된 신 자유주의 시장논리와 그에 대한 민중의 저항을 그렸다. (새얼문화재단, 464쪽)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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