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인천시 중구청 재산관리팀 최재호(30·기능직)씨는 오후 6시20분이면 만사를 제쳐두고 ‘칼퇴근’을 한다.

그가 잰걸음으로 가는 곳은 율목동 방 두 개짜리 자그마한 빌라. 그 곳에는 혼자 힘으로 몸을 가눌 수 없어 수 년째 누어서 생활하는 뇌혈관 질환자 김모(38)씨와 그의 노모(68)가 살고 있다.

아무 꺼릴 것 없이 방에 발을 들여 놓는 재호씨는 우선 보일러부터 튼다. 이따금씩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표시하는 김씨에게 “그 동안 잘 있었어요.”라고 인사를 하는 그는 아들의 옷부터 벗긴다. 목욕을 시키기 위해서다.

몇 해 전 길거리에 쓰러져 머리를 다친 김씨는 몸을 못 쓴다. 뇌기능도 점점 떨어져 지능도 어린 아이수준이다. 증세가 심해질 때는 목욕물이 ‘차갑다, 뜨겁다’는 표현조차 할 줄 모른다.

최씨는 이제 슬쩍 손끝만 적셔도 김씨에게 알 맞는 목욕물의 온도를 알 수 있다. 몸무게 52㎏인 가냘프기까지 한 그는 70㎏의 김씨를 엎었다 뉘었다 능숙하게 일(?)을 처리한다. 목욕시간은 15분이면 충분하다. 이젠 아주 이력인 난 것이다.

최씨는 김씨를 씻겨주고 닦아주는 일을 1년째 해오고 있다. 2005년부터 기능직(운전)으로 중구청에 일해오고 있는 그는 지난 해 우연히 방문보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보건소의 공고를 봤다. 대학 때부터 복시시설에서 봉사를 해왔던 그에게 목욕봉사라는 문구가 눈에 쏙 들어왔고, 두말 없이 신청부터 했다.

처음 김씨의 목욕봉사에 나선 최씨는 직장 선배들로부터 핀잔을 들어야 했다. 당시 그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목욕봉사에 나섰다. 점심을 후다닥 먹고 김씨의 집에 가 목욕을 시키자면 1시간이 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이 일을 하곤 했다. 흥건히 젖은 옷에 그것도 남들은 일하는 시간에 빼꼼히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최씨에게 선배들의 지청구가 이어졌다. “너는 도대체 뭐 하러 다니는데, 근무시간도 못 지키는 거야.”

그는 이러쿵 저러쿵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죄송합니다”란 한 마디 말이 끝이었다. 이젠 최씨가 하는 일이 알음알음 퍼지면서 이해를 해주는 선배들이 더 많다. 혈압환자들에게 급하게 약을 전해줘야 할 일이 있으면 보건소 측이 찾는 사람이 그가 됐다. “김씨와 정이 들어 이젠 안보면 보고 싶을 정도입이다..” 재호씨가 매주 한 번씩 이 곳을 찾아가는 이유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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