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우리 선박·조선소 건조 기술을 ‘통째로’ 중국에 유출하려던 전직 조선업체 기술부장 등이 국정원 요원들의 끈질긴 추적에 유출 직전 덜미가 잡혔다.

이들이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불법으로 유출한 자료에는 국내 조선업계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 시추선, 천연액화가스(LNG)선, 자동차 운반선 등의 설계도면 뿐 아니라 조선소 건설 도면까지 포함돼 있었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조선업체가 밀집한 부산·경남·울산 등을 돌며 기술 유출 예방 정보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 업체로부터 “전직 기술기획팀장이 지난해 3월 퇴사하면서 개인 컴퓨터 내용 전체를 삭제하고 나갔는데 컴퓨터에 중요 자료가 많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국정원은 주요 산업기밀 유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엄모(53)씨를 추적했다. 엄씨는 회사에서 전체 공정도·설계완료보고서 등이 담긴 지식관리시스템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3명 중 1명이었다.

조사결과 엄씨는 퇴사 후 기술유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른 업체를 거쳐 지난해 12월 중견 조선업체인 M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이후 6개월 동안 M사 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끈질긴 추적을 벌인 끝에 엄씨 등이 7월말 중국으로 완전히 이주해 설계도면 등을 사용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 지난달 9일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M사를 압수수색, 엄씨를 붙잡았다.

엄씨는 재직시 회사 서버에 접속해 자신의 컴퓨터에 자료를 다운받은 뒤 미리 준비한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방법을 사용해 대용량의 기술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유출된 설계도는 69척에 이르는 LNG선 등 첨단 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담고 있었으며 이로 인한 직접 피해액만 5천17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검찰은 30일 엄씨를 구속기소하고 M사의 협력업체 관계자 고모(44)씨 등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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