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화단을 중심으로 도시마다 크고작은 아트페어가 꼬리를 물고 연중 내내 열리고 있다. 미술품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시장은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다.

유독 인천 미술계만은 이러한 시류에서 비켜선 지점에 서 있었다.

지난 99년 지역작가가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인천아트페어를 처음 치르고 난 뒤 다시 예의 침잠모드로 돌아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후 6년, 드디어 깨쳐 일어난다. 인천미술협회가 주축이 돼 작가들을 불러모아 ‘인천아트페어’를 치른다.

이번엔 일회성에서 그치지 않았다. 1년만에 두번째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세번째 아트페어를 준비중이다.

운영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는 김혜선 작가다. 인천과 인연을 맺고 화가로서 교사로서 그림을 그려온 지 올해로 19년째다. 어느새 지역 중견작가로 우뚝 선 그다.

“인천미협 집행부였던 최병국 운영위원장과 박승천 운영위원 두 분이 심혈을 쏟아 만들고 키워냈어요. 그분들처럼 올해 제가 잘해서 넘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큽니다. 아트페어로서 이름값 할 수 있도록 역할과 위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볼 겁니다.”

▲외부 중견작가 대거 유인

‘2007 인천아트페어’는 오는 9월1일 개막, 6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전시실 전관 광장에서 펼쳐진다.

미술 유통구조가 전무한 인천의 문화환경에서 성숙한 미술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작가들의 정체성을 확립·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 행사의 취지다.

올해는 주제를 ‘인간, 사랑, 바람’으로 잡았다. 메인 행사인 부스전에 참여하는 작가가 국내 75명과 해외 4명, 모두 79명에 이른다.

“1, 2회에서는 인천작가를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두었던 데 반해 이번엔 외부작가를 대거 끌어들였습니다. 작가 스스로 작품에 대한 경쟁의식을 갖도록 하고 관람자에겐 좋은 작품을 많이 보여주자는 의도에서입니다. 한가지 더해 지명도 있는 외부작가를 모셔옮으로 해서 콜렉터들의 시선을 끌어들이고자 했어요. 아트페어는 상업성을 근간에 두고 있으므로 우선 많이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민이 많았다. 자칫 인천작가들의 원성과 외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우선 인천에서 미술시장이 펼쳐짐을 국내 작가들이 인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대상을 전국구로 확대했다. 결과 올해 부수전 참여작가의 절반이 외부인이다.

“그동안 작품을 걸었던 지역 중진작가들이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그간 성과가 없었던 것이 이유였어요. 작품 판매는 고사하고 전시장조차 썰렁했다는 인상들이 강했습니다. 뭔가 분위기를 바꾸어야 하는 당위성을 강하게 느낀 대목입니다.”

운영위원을 대폭 늘렸다. 장르별 중견작가를 세우고 평면 위주에서 탈피, 조각, 도예 등 입체 비율을 늘렸다. 참가자격도 ‘개인전 2회이상’이라는 요건을 붙였다.

“스스로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지요. 운영위원과 내부적으로 작가를 선정, 이들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무엇보다 홍보에 비중을 뒀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1, 2회 참여작가별 이력과 작품을 올려놓았다. 시내버스를 이용한 배너광고도 내걸었다. 외형상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추고자 고심하고 발로 뛴 흔적들이다.

결과, 75명의 작가가 신청서를 냈다. 송수남, 주태석, 안형모, 문주, 박진원, 박훈성, 박종갑, 김재열, 박인우, 오영애, 이의재, 최정숙 등 인천과 외부의 비중있는 작가들이 운영위 초대에 ‘O.K’했다.

중국과 일본 작가도 4명이 가세했다. 인천출신 작가로 상해에서 갤러리 ‘e-Space J’를 운영하고 있는 전미영씨가 작가 3명을 섭외했는가 하면, 서울 가나화랑에서 전시하고 있는 일본 작가가 인천에서 연장전 의사를 밝혀왔다.

“운이 좋았어요. 주위에서 도와주셔서 검증된 화랑과 작가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습니다.” 위원장은 공을 주위로 돌린다.

▲인천작가 특별전 병행

인천작가를 위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부대행사격으로 두가지 전시를 준비했다.

하나는 지역 원로작가를 초청하는 ‘현대미술전’이다. 동시대미술 특징을 대변하는 작가 20명을 선정, 초대전 형식으로 치른다.

둘은 인천 출신 35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신진작가 공모전이다. 6월말 공모를 거쳐 곧바로 우수작가 17명을 뽑았다.

우수작가 1명을 가려 홈페이지를 통한 작품 판매에 나서는 한편, 내년 아트페에서 개인 부스전에 참여토록 지원해줄 예정이다. 두 전시 모두 장소는 미추홀 전시실이다.

“아트페어가 많으면 행사마다 색깔을 낼 수 있지만 인천은 하나이고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차근차근 성격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중앙화단에서 미술 소비심리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인천에서도 작가 홍보와 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바랍니다.”

▲“내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 인천”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뒤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서 잠깐 ‘미술평단’이라는 잡지를 만드는 일에 관여했다. ‘관훈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치른다. 글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화가의 길로 나가야겠다고 결심을 한다.

우연한 연이 닿아 교사로 온 도시가 인천이다. 88년 봄이었다. “이렇게 인천에 오래 있을 줄 몰랐습니다.”

그가 태어난 곳은 광주다. 고향은 광주고 미술에 대한 배움은 서울에서 얻었으며 직장은 인천인 셈이다.

“한때 그림을 그리면서 서울에서 승부를 봐야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3분의 2를 이곳 인천에서 보냅니다. (서울)집에선 잠자고 먹는 최소한의 생활만 하죠. 결국 고향이라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천이야말로 나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인천에 대한 의미를 말한다. “20년 가까이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인천입니다. 이곳에 바로 내 것이 녹아있지요. 그러므로 이 자리에서 하는 일에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그는 천상 인천의 화가다.글·사진=김경수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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