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시절부터 조지훈의 시 ‘승무’를 좋아했어요. 싯귀중 ‘나빌레라’라는 단어가 유독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나비가 자유롭게 어디든 날아갈 수 있다는 것과 승무를 추는 춤사위가 눈 앞에 어른거렸지요. 어느덧 그 형상은 내 그림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여섯번째 개인전을 여는 인천의 손숙희 작가는 이번에도 역시나 예의 ‘나빌레라’를 타이틀로 붙였다. 초기부터 걸어온 제목이다.

이번에는 내친김에 서울과 인천, 그리고 태어난 고향 대구를 잇는 전시에 나섰다.

지난 25~31일 종로 관훈동 단성갤러리에서 출발, 8월1~7일엔 인천 주안 모아갤러리(옛 한서화랑)에 작품을 건다.

곧이어 대구로 내려가 호텔인터불고에서 14일까지 전시에 나설 예정이다.

“전통춤 등 한국적인 정서에 늘 마음이 갔습니다. 캔버스 위에서 나비처럼 훨훨 의지를 펼칠 수 있는 것이 좋았어요. 나비를 그리듯, 승무 추는 모습을 담듯, 한복의 활자락을 넣고 동정을 넣죠.” 그의 말대로 작품안엔 승무의 모습이 얼핏얼핏 드러난다.

색도 전통 오방색을 수용했다. “애초부터 한국적인 것을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확실한 형태를 가진 구상보다는 이미지를 입힌 비구상이 좋았습니다.”

그림을 그린지 얼마 안됐다고 몸을 낮춘다. 이제 겨우 15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림이 좋아서, 늦었지만 작가가 되려고 작정하고 시작했어요. 그저 열심히 했습니다.”

편안하게 와서 보고 떠오르는 느낌을 즐겼으면 한다고 권한다. “일일이 의도를 밝혀서 작가적 선입견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형태가 깨진 비구상이므로 춤이라는 이미지를 가볍게 던져놓았다는 데서 출발했으면 해요. 이를 해석하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지요. 여백을 많이 둔 것도 상상의 여지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인천전 개막식은 8월1일 오후 6시다. ☎(032)424-8151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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