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고유 권한이다’ ‘전례 없는 일이다’

최근 들어 인천지역 구의회가 구청장의 상임위원회출석을 잇달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장들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이 문제가 집행부와 구의회 사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이학재 인천 서구청장이 구의회 행정사무감사 출석 요구를 거부해 무려 6시간 동안 의회 감사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이날 오전 11시 기획총무위원회는 구청장 공약 추진실적과 관련해 실무자들의 답변이 부족하다고 보고 이 청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더욱이 지난 2005년 행정감사에서 구가 추진 중이던 국제도시와의 교류사업 등이 전혀 진척이 없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 이를 추진실적으로 의회에 다시 보고하고 국책사업인 가정뉴타운개발과 국제학교건설도 마치 청장이 주도적으로 벌이는 사업인 양 포장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청장은 그러나 동사무소 무료급식 행사 등 일정이 잡혀 있는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의회 출석을 거부했다. 실무자들이 참석해서 충분히 답변할 수 있는 자리에 구청장까지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의회 역시 자세하고 확실한 답변을 듣기 위해 청장이 올 때까지 감사를 시작하지 않겠다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결국 오후 4시30분쯤 이 청장이 직접 의회를 방문해 사과하고 부구청장이 답변을 대신하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면서 정회 6시간 만에 회의를 속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이영수 남구청장도 구의회 상임위원회 출석 요구를 거부, 의회가 사흘 동안 정회하는 일이 빚어졌다. 이 청장도 본회의가 아닌 상임위이기 때문에 출석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의회가 추가경정 세입·세출 예산안 심의로 압박을 가하자 사흘을 버티다 결국 의회에 출석했다.

집행부 입장에선 청장이 본회의가 아닌 상임위까지 출석할 경우 체면이 깎인다는 이유로 거부했으나 의회가 예산을 가지고 압박을 하자 어쩔 도리없이 굴복(?)한 것이다.

한편 구의회의 이같은 요구는 구청장이 상임위에 출석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를 통해 구의회가 집행부를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조자영 최보경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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