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는 ‘노래하는 민족’으로 불리운다. 그들에게 합창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련의 지배하에서 민족적 존재감을 찾기위한 수단이 바로 합창음악이었다.



이는 발트 3국의 공통적인 정서다. 소련의 압박이 심할 당시 발트인들은 폭력이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노래로 대응했기 때문에 그들의 혁명은 ‘노래하는 혁명’이라고 불렸다. 각 지역마다 최소한 하나에서 수개의 합창단이 조직, 민중민요를 통해 자신들의 기분을 표현해 왔다.

발트 3국이 공동주최국으로 여는 음악축제가 ‘발티카 국제민속축제’(Baltica International Folklore Festival)다. 여느 축제보다 공을 쏟는 비중 큰 축제로 꼽힌다. 1987년 라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시작, 어느덧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3개국이 번갈아가며 각 국 수도에서 성대한 페스티벌을 연다.

▲에스토니아에서 음악을 풀다

2007 발티카 축제의 무대는 에스토니아 탈린이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를 거쳐 3년만에 다시 에스토니아로 왔다.

지난 13일 오전 11시(현지시간) 개막, 17일까지 5일간의 음악축제가 도시를 들뜨게 했다. 전세계 민속축제 중 3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규모의 조직위원회가 결성된 유일한 행사다. 주최국이 국제민속축전기구협의회(CIOFF)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공인을 받고 있다.

특히 잉그리드 뤼텔 CIOFF위원장이 에스토니아 전 영부인이라는 점에서 축제에 쏟는 관심이 각별하다. 축제가 두축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반부에는 수도 탈린에서 각 예술단의 공연이 펼쳐진다.
일명 ‘캐피털 데이’(Capital Days)다.

후반부는 ‘컨트리 데이’(Country Days)로 발전한다. 이들 예술단이 전역으로 흩어져 15개 도 중심지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발티카 페스티벌에 맞춰 각 도시마다 연계한 축제를 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전국이 이 기간 음악으로 휩싸인다.

올해는 외국팀으로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를 포함해 아일랜드, 러시아, 그리스, 이탈리아, 코스타리카 등 11개국 12개팀이 참가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팀이 참가했다.

에스토니아내에서는 지역 결선을 통해 뽑힌 27개 예술단이 왔다. 이와 관련, 조직위원회측에서는 지방정부마다 심사를 거쳐 대표팀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기량이 뛰어난 예술단이라고 소개한다.

탈린 시청광장에 야외무대를 설치, 이곳이 메인무대다. 13일 개막식에 이어 각 예술단이 제각각 색깔이 있는 릴레이 공연을 선보였다. 더불어 인근의 오페라 하우스, 연극음악박물관 야외무대 등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공연을 이어갔다.

밤에는 외국팀 전용숙소에서 야외파티가 펼쳐졌다. 각국 예술단이 돌아가며 전통춤을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이다. 이틀간의 축제를 마치고 15~17일엔 각 지역으로 흩어진다. 한국예술단은 남부지역 도시 ‘플바’로 낙점됐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남부의 중심도에서 다시 한번 한국의 전통춤을 각인시켰다.

▲아시아 유일의 한국팀

발티카 축제에 한국팀이 출사표를 낸 것은 지난 99년 리투아니아축제 당시 평택농악팀이 참가한 후 이번이 두번째다.

며칠 앞서 핀란드 ‘카우스티넨 민속음악축제’에 이름을 올렸던 박준영 배뱅이굿 전수조교가 이끄는 국악단과 서광일 단장의 풍물패 잔치마당, 유주희 무용단이 주축이 된 전통예술단이 그들이다. 발트해를 건너와 이번엔 에스토니아에서 우리가락과 전통춤을 한바탕 풀어놓았다.

이들 팀에게 발트 3국에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음악축제에 참가, 풍물가락과 전통춤으로 강한 이미지를 심어놓은 바 있다. 그 공연이 연계가 돼 올해는 발티카 축제조직위원회로부터 공식 초청장을 받아냈다. 아니나 다를까 개회식장에서 만난 리투아니아 예술단이 한국팀을 반겼다.

첫날 공연은 두차례 이어졌다. 오후 2시 메인무대에서 첫 연주를 펼쳤다. 풍물가락 사물놀이 앉은반을 골랐다. 꽹과리, 장구, 북, 징을 든 5인 치기배들 가락에 관객들은 시종일관 박수갈채를 보내며 열광했다. 유럽 전통 일색의 공연에 아시아에서 건너온 한국예술단 연주는 단연 돋보였다. 수천명의 관객들은 낮선 동양 음악에 한마음으로 환호했다.

두번째 공연은 오후 4시 연극음악박물관 야외무대. 이번엔 서도소리와 전통춤을 올렸다. 마찬가지로 호응은 뜨거웠고 시종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날 마무리는 외국팀 전용숙소에서 열린 야간 댄스파티다. 한국팀은 아리랑 춤사위와 강강술래를 준비했다. 동·서양 예술인들은 하나가 돼 우리소리에 맞춰 손을 맞잡고 어우려졌다. 축제 첫날밤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에스토니아 탈린=김경수기자 ks@i-today.co.kr

"세계 전통문화 소통 더이상 멋질 수 없어"


박준영 한국예술단 예술단장 인터뷰


“지난해 발트 3국중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울린다 울린다’라는 민속음악축제에 한국대표로 초청받은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리투아니아에서 기대이상의 환대를 받았어요.

당시 ‘발티카 국제민속축제’의 위상을 알게됐습니다. 참가할 수 있기를 기대 했는데 축제조직위원회에서 초청장을 보내왔습니다.” 배뱅이굿 전수조교 박준영 명창이 올해 다시 한국예술단을 꾸린 이유다.

지난해 그 팀들을 주축으로 국악협회 포항지부 김강산 지부장과 화랑불교무용 포항지부 김옥순 지부장 등 영남 전통예술인 3인을 불러들여 아시아 대륙을 넘어 북유럽으로 날아왔다

“발칸 반도에서 처음으로 풍물과 서도소리, 전통춤을 풀어놓았어요. 한국을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혼신을 다했습니다. 풍물 가락을 바탕으로 한 거리공연이 하이라이트였어요. 단연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감동을 전하는 박 단장이다.

때마침 인근의 핀란드 ‘카우스티넨 민속음악축제’에서도 초청장이 왔다. 시기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맞아떨어졌다. 인천문화재단으로부터 에스토니아 축제에 대한 지원도 따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해외에서 각국의 전통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멋진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엔 러시아와 프랑스, 불가리아, 아일랜드 등이 참여했거든요. 올해도 떠나기 전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축제를 보러온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감명깊었다고 말한다. 기간 내내 아침부터 새벽까지 너나없이 예술을 즐겼다. 비가 와도 어느 누구 공연장을 뜨지 않았다. “그 속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었습니다.”

사실 에스토니아 공연은 올들어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5월 예상치않은 초청을 받아 국악팀들만 와서 공연을 펼쳤다. “이제 라트비아만 가면 발트 3국은 모두 밟는 셈입니다. 가능한 그렇게 해야지요. 생각만으로도 신명납니다.”

에스토니아 탈린=김경수기자 ks@i-today.co.kr

"문화외교 비중 확대 정부차원 지원 필요"


박흥신 주핀란드 대사 인터뷰


“한국 예술단이 에스토니아 축제에서 문화사절단으로 당당히 서게 돼 한없이 기쁩니다. 밖으로 나와보니 문화외교야말로 어느 분야보다 비중이 크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에스토니아엔 자주 못 오지만 공연이 있을 때마다 오려하죠. 또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흥신 주 핀란주 대사가 한국에서 날아온 인천예술단을 크게 반겼다. 발티카축제에서 한국팀 공연소식을 듣고 개막 전날인 지난 6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시내 한 음식점에 만찬을 마련, 예술단을 초대했다. 헬싱키에 공관을 두고 핀란드 대사로서 에스토니아까지 관할하고 있다.

누구보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박 대사다. 핀란드에 오기전 외교부 문화국장을 지낸 그다. 문화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 수준이 높아질 수록 문화외교 비중이 큽니다. 유럽인들에겐 아시아 국가 중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큰 편입니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외국공연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지요. 우리가 배울 점 입니다.”

지난해 5월 헬싱키에서 열린 ‘아시아인 헬싱키 페스티벌’ 참가팀으로 박 대사는 한국의 나우무용단은 불러왔다. “공연에 앞서 춤에 대한 강연을 하고 춤을 선보였는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는 이번 핀란드 카우스티넨 축제에 가보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에스토니아는 고려인 후손이 결성한 ‘아리랑 무용단’이 있다고 설명한다. 1년에 한 차례씩 정기공연을 올리는 팀이다. “단장만 고려인이고 단원은 모두 에스토니아인이지요. 그럼에도 한국춤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이번 공연에서도 한국 전통춤에 대한 기대가 클 겁니다.”

문화외교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외교의 가장 높은 단계가 문화입니다. 예전에는 한국외교관으로서 외로움이 컸어요. 이제는 많이 행복합니다.”

에스토니아 탈린=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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