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 골화성 섬유이형성증(FOP)이라는 병을 아십니까?’

근육이 자극을 받으면 석회석처럼 굳어버리는 병이다.16살 소녀 정다운(인천시 서구 왕길동)이는 2년 전만 해도 재잘거리기 좋아하는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의사들 조차 생소해하는 병을 얻은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져 버렸다.

2년 전 여름, 다운이가 양쪽 겨드랑이 아래에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고통 뒤에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화물차 운전사인 아버지 정재관(46)씨는 고통스러워 하는 딸을 데리고 국내 굴지의 병원은 모두 찾아다녔지만 병명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다운이의 증세도 악화됐다. 그 때 까지만해도 걸을 수 있었던 다운이가 운동회를 하다 다리에 자극을 받자 다리가 고통과 함께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고통 뒤에 근육이 이완되면서 뼈 처럼 굳어져 버렸다.

다운이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FOP라는 진단을 받았다. 근육에 자극을 줄 수 없어 수술도 할 수 없고, 치료약도 없는 병이었다. 해외에서 수술한 사례가 있으나 수술 후 병이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결국, 다운이는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처방만 받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국내에 FOP 환자는 5명 정도로 추정된다. 정씨는 다른 환자들을 만나보려 했으나 그들 부모들은 “상황을 보면 더욱 가슴 아플 것”이라며 정씨를 말렸다.

다운이는 현재 양 겨드랑이와 배, 양 다리가 딱딱하게 굳어 팔을 들어올릴 수도, 몸을 쭉 펼수도, 걸을 수도 없는 상태다. 근육이 조금이라도 자극을 받으면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에 누울 수가 없어 잠도 자지 못한다.

앉은 채로 졸다가도 몸이 움직일라치면 고통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라 잠을 깨고 만다. 진통이 있을 때 마다 받을 수 있는 처방이라곤 응급실에서 맞는 진통제가 전부다.

그러나 다운이와 가족들은 고등학교에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가서 1학기 기말시험을 치렀다. 정씨는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어요. 다운이가 나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해봐야죠”라며 애타는 속을 다 잡았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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