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1년 전 간병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 자신도 적지 않은 나이지만 형편이 어려워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땅한 기술도, 자본금도 없던 김씨는 간병인을 선택했다.

“한달 내내 밤낮으로 일하면 120만원~13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는데 내가 환자가 되는 기분이에요. 24시간 기준으로 일당 6만원을 받는데 식비를 아끼려고 하루 세끼 얼린 밥을 먹다보니 1년 만에 위장병이 생겨서 고생이네요.”

김씨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간병인들이 주말에 잠깐 집에 들러 일주일 치 식량을 가져와 병원 냉장고에 얼려두고 끼니 때 마다 녹여 먹는다.

반찬도 장기 보관이 가능한 장아찌, 젓갈류가 전부다 보니 위장병 없는 간병인이 없을 정도라고. 고생스러워도 형편에 도움이 될까 싶어 일을 그만 두지 못하지만 일당을 깎거나 심지어 주지 않고 퇴원해 버리는 환자들도 자주 있다고 한다.

그나마 김씨는 나은 편이다. 김씨가 속한 A업체는 인천 시내 대형 병원들과 계약을 맺고 있어 ‘손님’ 떨어질 걱정은 안해도 되기 때문이다. 국비지원 교육기관에서 전문간병인교육을 받은 정모(38)씨는 실력을 인정받아 지인들의 소개로 환자를 맡고 있다.

큰 업체에 등록하면 일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입회금 20만원과 매달 업체에 내는 5~10만원 가량의 수수료가 아까워 그만뒀다. 그러다보니 정씨는 병원 간병인과 간호사들에게 텃새를 당하기 일쑤다.

“서구지역 모 병원에서 며칠 일을 하니까 간호사가 언제까지 일할거냐고 퉁명스럽게 묻더라구요. 업체 소속 간병인들도 우리가 여기 그냥 들어온 줄 아냐면서 눈치를 줘요. 저 때문에 자신들 일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겠죠.”

심지어는 일주일 씩 병원에 머물면서 쌓인 간단한 속옷 빨래를 하려는데 제지 당한 적도 있다. 그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남자환자를 돌보는 일이었다. 일 특성상 신체 접촉이 많다보니 가끔 간병과 상관없는 요구를 하며 정씨를 괴롭히는 환자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더라구요. 그렇다고 사람 가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당황한 적도 많았는데 동료들하고 대처 방법도 공유하고 그래요.”

요즘 정씨는 무료로 할머니 한 분을 간병하고 있다. 일당에 구애 받지 않지만 정씨는 할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은행 업무를 보러나왔다. 유료 간병을 할 때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지만 환자를 돌보는 사람도 숨을 쉬어야 더욱 정성스런 마음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을텐데요.”그녀는 고단한 간병인의 삶을 얘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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