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도 전문 영역이라면 이 분야에도 베테랑이 있다.

이효순 인천여성복지관 자원봉사센터 운영위원장(52)이다.그는 자원봉사 매력에 빠져 30년 가까이 그 길을 걸어왔다.

“호호호. 그냥 좋아요. 즐겁구요. 자원봉사를 하지 않았으면 저는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사치를 부리고 허영심에 들떠 사는 여자가 됐을지도 몰라요.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해준 게 봉사니까 제가 더 고맙지요 뭐.” 이 위원장은 자원봉사라는 얘기가 나오자 즐겁고 행복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의 일상을 들어보니 봉사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하는 황금같은 나눔이었다.

“제가 미량 박씨 종갓집 맏며느리예요. 명절이면 대소간 친척 30여 분이 집으로 오시지요. 제사만도 여러차례구요. 저는 집에서 시아버님과 친정 어머니를 함께 모시고 살았어요. 사돈끼리 그것도 내외간이 한 집에 사는 일은 참 드문데 저희는 14년을 그렇게 살았어요. 시아버님은 병을 앓으시다가 재작년에 돌아가셨죠.”

부모님 공양에 엄청난 양의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고, 손님치레를 하는 와중에도 그는 양로원이나 복지관에서 외롭게 지낼 노인분들을 위해 물김치와 떡을 따로 만들고 선물을 곁들여 전하곤 했다. 시어머니 병수발을 하며 아이들을 낳아 기르던 결혼 초에도 봉사는 이어졌다.

“‘누구를 위해 뭘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저 어려운 이웃을 보면 하나라도 더 주고 싶고, 더 해주고 싶고 그래요. 결혼 초에는 집안 일만도 산더미같은데 왜 밖으로 나돌아 다니느냐며 시부모님 꾸중도 들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오히려 칭찬을 해주시더라구요. 남편, 아들들도 제 편이 되구요. 호호.” 그의 봉사는 분야가 없다. 목욕, 청소, 빨래 등 노력봉사에서부터 노인시설의 꽃꽂이 강의, 물건이 필요한 곳에 물품지원, 음식물 나누기 등 부름이 있는 곳은 마다하지 않는다. 남들은 자신의 일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하다는데 그는 남에게 눈을 돌리고 살면서도 여유롭다.

“친정아버님 영향이 컸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님이 이웃의 어려운 분들을 데려다 집에서 음식을 대접하고, 제게 음식을 가져다주라며 심부름을 시키곤 하셨죠. 그때는 참 싫고 무섭기도 했는데, 어느샌가 제가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었어요.” 딱히 ‘자원봉사를 한다’는 개념도 없이 그는 학창시절부터 복지시설이나 힘든 이들을 찾아가 스스럼없이 정을 나누곤 했다.

“지난 일요일에는 밭에 가서 옥수수 심은 것도 좀 돌보고, 잡초도 뽑았어요. 옥수수가 잘 크면 다 따서 노인분들께 쪄다 드릴 거예요.” 부모님께 물려받은 밭을 온전히 타인을 위한 생산의 땅으로 써왔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안든다.

“우리 여성복지관 자원봉사센터는 인천에서 가장 처음 생긴 연륜 깊은 봉사기관이예요. 회원이 600명이 넘어요. 다들 ‘봉사’라는 마약(?)에 중독돼 저 만큼 오래 활동한 분들이시죠. 그 분들이야말로 자원봉사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소중한 분들입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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