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컨테이너 물류가 멈춰섰다.

인천항에 입항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내릴 공간이 없어 부두에 접안하지 못한 채 무려 12시간이나 외항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기컨테이너선은 항만에서 얼마나 빨리 화물을 내리고 다음 항만으로 갈 수 있는가하는 것이 생명이다.컨테이너선이 12시간이나 외항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진 인천항은 사실상 항만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지난 17일 오전 1시30분 대만국적 완하이(Wanhai)해운의 1천300TEU급 컨테이너선 완하이 212호가 인천항 입항대기점인 팔미도에 도착했다. 완하이해운은 싱가포르 PSA의 인천남항컨테이너터미널(ICT)에서 대만의 기륭과 카우슝, 홍콩, 말레이시아의 파서구당, 포트켈랑, 페낭을 주 1회 정기운항하고 있다. ▶ 관련기사 3면

이 배는 ICT터미널 측으로부터 야적장에 컨테이너를 내릴 공간도 없고 선석이 없다는 통보를 받고 같은 날 오전 3시부터 낮 12시까지 바로 인근에 있는 선광컨테이너터미널(SICT)에서 싣고 온 컨테이너 562개(877TEU, 1TEU는 20피트짜리 1개 기준)를 내렸다.

이어 배는 SICT를 출항해 바로 외항대기에 들어갔다. ICT에서 컨테이너를 싣기 위해서다. 배가 ICT에 접안한 것은 무려 12시간이 지난 18일 오전 1시. 같은 날 오전 7시까지 506개(731TEU)를 싣고 인천항을 출항했다. 완하이212호가 컨테이너 1천68개를 싣고 내리는데 모두 27시간이 걸렸다.

컨테이너를 배에서 하역하는데 갠트리크레인 1대의 시간당 작업속도가 35~40개이다. 일반적으로 컨테이너선 1척이 2~3기의 크레인이 작업에 동원되는 점을 감안하면 2기만 동원되더라도 12시간이면 끝나는 작업이다.그러나 이 배는 인천항 사정으로 인해 무려 15시간을 허비하면서 수만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배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는 동안 대만의 본사와 인천사무소간 엄청난 불만과 보고서들이 오갔다.주된 내용은 ‘인천항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 선사는 해당 항만에서 배를 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천사무소의 관계자는 “이번 일이 처음이라서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며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일이 앞으로 인천항에서 계속적으로 재발할 것이라는 것이다.

선사의 관계자들은 “현재 인천항 컨테이너터미널 야적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배들이 들어와도 화물을 내릴 공간이 없어 하역작업이 지체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완하이 해운의 이번 일도 “결국 야적장 부족으로 컨테이너선 작업시간이 지연됐고 앞배가 못나가니 뒷배가 들어오지 못해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만업계는 “인천항만공사는 부족한 야적장 확보는 생각하지도 않고 오히려 있는 야적장마저 축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인천항이 죽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백범진기자 bjpai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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