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이 돈 받으면 저 공직생활 오래 못해요.”

계양구청 민원여권과 호적팀에 근무하는 정은희(34·7급) 주사는 최근 사례비를 주겠다는 민원인을 돌려보내면서 한 말이다. 70대 중반의 한 할아버지가 구청의 ‘개명대서서비스’ 수혜를 받아 ‘감사하다’며 정 주사에게 1만 원을 주겠다고 해 벌여진 일이었다.

70평생 족보이름과 다른 이름을 써온 할아버지는 족보이름으로 바꾸겠다고 구청을 찾았던 것이다. 정 주사는 개명, 호적 정정 상담을 통해 민원인 대신 법원의 판결이 요구되는 서류를 작성한다. 때론 법원에 방문해 접수까지 대행하기도 한다.

민원인들이 개명신청서 서식과 법원이라는 행정기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법무사측에서 원성이 나올 법하다. 지난 4월부터 대서·대행서비스를 시행했지만, 6월 들어 본격적인 업무를 해야겠다고 내부결제를 세웠고, 바로 호적전용 상담실을 설치했다.

“호적과 주민등록을 대조하다보면 이름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민원인이 같은 관공서인데 왜 다른지 따져 물으면 곤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행정기관의 착오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정 주사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절차를 설명하거나, 대서 서비스를 맡아 처리해 주고 있다. 출생이나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민원여권과를 찾는 구민들도 친절행정을 접한다. 신고서를 접수받는 동시에 ‘축하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축하카드를 전달받기 때문이다.

‘부부십계명’과 ‘내 아이가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의 내용을 담아, 지난 5월부터 민원인에게 전달하고 있다. 어느새 400건이 넘어갔다. 카드를 전해받는 민원인의 반응이 좋아 보람을 느낀다는 정 주사는 어느새 계양구에서만 공직생활 13년차가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에 계양1동에 부임한 이후 지적과, 적전서운동, 기획감사실을 거쳐 지난 해 9월부터 호적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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