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세계 피겨스케이팅대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연기하는 김연아 선수의 등은 누런 테이프 투성이였다. 허리 통증을 이기려고 진통제를 먹은 것으로도 모자라 압박 테이프를 허리부터 등까지 잔뜩 붙여야 했다.



특수처리된 테이프를 붙여 통증완화를 돕는 것이 바로 테이핑요법이다. 의학으로서의 이 테이핑이 무용과 만나 무대위 예술로 살아났다. 획기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를 창출해 낸 이는 구보댄스 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장구보 대표다.

“무용수들은 상해에 늘 노출돼 있어요. 그럼에도 관리와 예방은 무지한 상태지요. 골절까지 가지 않다보니 삐고 붓고 해도 참고 넘기다 종국에는 만성 고질병을 얻게됩니다.

그래서 관심을 돌린 것이 무용의학입니다. 무용수도 이젠 의학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기획한 무대입니다.” 장 대표가 의미 가득한 이야기를 던진다.

공연 타이틀을 ‘키네시오와 무용의 만남’이라고 붙였다. 일반에게 한참 낯선 단어가 튀어나온다. 키네시오란 테이핑 상품명이라는 설명이 따른다. 테이핑 요법의 선구자격인 인본의 카세겐조 박사가 30여년전 세상에 내놓은 제품이 키네시오다. 어느덧 일반명사화, 세계적 통용어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는 10년전에 소개됐다.

“무용은 무대에서 행해지는 종합예술이기 이전에 근 골격계 움직입 입니다. 철학과 가치를 몸으로 표현하면서 부상은 끊임없죠. 감춰지던 무용수의 상해를 키네시오 테이핑이란 자연요법과 결부시키고자 했습니다.”

치료로 썼던 테이프를 무용수 의상으로 되살렸다. 근육을 따라 붙이기도 하고 표면을 야광처리,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의학과 무용의 만남은 아마도 첫 시도일 겁니다. 키네시오 텍스가 무대위에서 공연예술로 살아나는 작업을 내손으로 하게 돼 한없이 기쁩니다.”

세 무대를 준비했다. 오프닝 공연에서는 구보댄스컴퍼니 예비단원들을 세웠다. 씨어터 댄스를 선보인다. 메인 무대 작품명은 ‘웨이팅 게임’. 조명을 끄면 근육을 따라 붙인 야광테이프가 둥둥 떠다닌다. 불을 켜자 이들 테이프가 화려한 의상으로 되살아난다.

한 무대는 마임이다. ‘아트펙토리 김원범 마임 컴퍼니’의 김원범 대표를 초대했다. 모던 마임의 창시자 에티엔느 드쿠루의 신체 마임(코포리얼 마임) 작품을 재창조, 직접 무대에 선다.

“공연 때마다 한 장르만 고집하지 않아요. 다양한 무용을 선보이기 위해서죠. 너무 벗어나지 않은 혼합장르를 총체적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오는 7, 8일 오후 6시 인천종합문예회관 소공연장에 올린다. ☎(032)513-7802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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