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처음 잡으면서 강산이 세번 변하는 30년후엔 글씨를 잘 쓰게되지 않을 까 하는 바람을 가졌지요. 그 땐 내 보일 수 있을 테니 전시회를 하자 다짐했어요. 어느새 30년이 흘렀습니다. 한없이 부끄럽지만 내 자신과의 약속이므로 나서게 됐습니다.”

붓글씨를 쓴 지 꼭 30년만에 첫 개인전은 여는 소은 이남례 작가의 소감이 남다르다. 이렇게 빨리 그 날이 올 줄 몰랐다. 시기를 더 늦춰 잡을 걸 하는 후회감도 한켠에 들었다.

모자라지만 질책을 먼저 받자고 마음을 다졌다. 서울 종로 백악미술관 ‘이남례 서예전’은 이렇게 이뤄졌다. 지난 28일 개막, 4일까지 이어진다. 붓글씨와 한시에 능한 집안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붓을 잡게 됐다. 20대 중반 본격적으로 글씨에 입문한다.

“정석처럼 해서에서 출발했는데 점차 전서와 예서에 마음이 갔습니다. 조형성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지요.” 심은 전정우 선생을 찾아가 그의 제자가 된다.

전서와 예서에 대한 예찬이 이어진다. “디자이너가 옷감을 놓고 어떤 옷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듯 표현방식이 다양합니다. 글자 배치와 여백 처리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요. 필획이 가장 중요하지만 더불어 미학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러한 노력이 곳곳에 스며있다. 한자(漢字) 글귀 옆에 풀이로 더한 한글의 배치가 예사롭지 않다. 때론 흰 화선지에 푸른 물을 올려 색채의 미학을 더하기도 했다.

“보다 완벽한 구성을 이끌어내려 수도없이 쓰고 또 고쳐 썼습니다.”갤러리를 찾는 이들로 하여금 서예가 이렇게 멋스럽구나 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바람을 말한다. “물론 전문 서예가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앞서지요.” ☎017-281-2557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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