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아픔을 잊으려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몽골인 A(36)씨가 한국생활 두 달 만에 정신적충격으로 추락사한 사고가 발생해 외국인 산업연수생 선발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A씨는 지난 4월 말 한국에 입국, 5월 초부터 인천시 서구 경서동 주물공장에서 일해왔다. 부인과 이혼한지 얼마안돼 한국행을 택했던 A씨는 몽골에 5살 아들과 7살 딸을 둔 가장이었다. 마산에 살고 있는 여동생은 외국인상담소와의 통화에서 “A씨가 도피성으로 한국으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들에 의하면 A씨는 한국에 와서도 괴로워했으며 5월 중순부터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입국한 몽골인 동료들도 산업연수생 모집 당시 알게됐으나 몽골에서 정신병을 앓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6월 초 회사에서 월급을 받은 후로는 회사에도 나오지 않고 술을 마시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발생 3~4일 전에도 술을 먹고 석남지구대를 찾아가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다. 도와달라’고 말하는 등 정신이상 증세는 계속 됐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에 고용주와 외국인상담소는 상담 끝에 ‘A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지만 결국, 21일 오전 5시25분쯤 가좌동 영창악기 근처 공장지대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옥상 근처에서 추락의 흔적이 발견됐고 몸에 난 외상으로 미뤄 A씨가 술을 먹고 옥상에 올라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를 상담한 외국인 상담소는 “회사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