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인천 신세계백화점 야외광장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유엔이 정한 ‘세계노인학대인식의 날’을 맞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노인학대예방 서약서쓰기 캠페인이 진행된 것이다.

이날이 세계노인학대인식의 날이란 사실을 몰랐던 다수의 시민들도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소외된 노인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를 준비한 인천시 인구보건복지협회 산하 노인학대 예방센터의 정희남(37) 소장은 직책이 다소 어색할 만큼 ‘젊은 소장’이다.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과는 통하지 않을 거란 생각과 달리 오히려 젊은 사람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들같이 여겨주시니 감사하죠.”

젊은 나이지만 정 소장은 2004년 10월 센터가 생긴 후로 만 3년동안 소외된 노인들을 위해 뛴 것을 포함, 이미 노인복지 분야에서만 10년 째 노하우를 쌓아왔다. 사회복지 분야에 뜻을 세우고 대학원을 졸업한 뒤 곧바로 재가노인사업에 뛰어든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어르신들은 한번 만나다보면 또 만나고 싶은 매력이 있어요. 저희로 인해 따뜻한 이불 한 장이라도 덮고 주무시는 모습을 보면 없던 힘도 생깁니다.”

정 소장은 앞으로도 노인복지분야만 ‘편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센터가 학대 노인을 구제하기 위해 가진 법률적 권한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가족들의 동의가 없고서야 센터가 나서서 학대 노인을 시설로 옮겨 모시거나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보니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없어 미안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노인복지 분야의 직원이직률도 높은 편이에요. 다행히 인천 센터는 전국에서 이직률이 가장 낮을 정도로 직원들이 인내심을 갖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올해 센터의 가장 큰 목표는 노인학대 상담전화 ‘1577-1389’를 널리 알리는 등 홍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 소장은 ‘한번 학대가 삼대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빨리 구해(1389)야 한다’는 구호를 몇 번이고 강조했다. “자리를 지키는 기관장이 아니라 직원들과 같이 뛰며 전문적 노하우를 쌓아 나갈 겁니다.”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