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 협약이 지난 20일 체결됐다. 정부와 노동계, 재계,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등 각 주체가 참여한 연석회의에서 처음으로 체결된 것이다. 지난 2004년 2월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를 설치한지 2년 4개월만의 일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임을 감안할 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실질적인 움직임에 돌입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08명으로 전세계 평균인 2.69명, 선진국 평균인 1.56명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오는 2020년을 정점으로 전체 인구는 차츰 줄어드는 반면에 지난해 438만명이었던 노인인구는 2020년에는 두 배 가까운 782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젊은이 8.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던 것이 2020년에는 절반 수준인 4.6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정부는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0년에는 출산율을 1.6명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사회협약은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 없는 사회 실현’, ‘능력개발과 고용확대’,‘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생활 구축’, ‘모든 사회주체의 실질적 역할 분담’ 등 4개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주체별 실천계획도 담고 있다.

문제는 사회협약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이다. 올해부터 2010년까지 필요한 재원만도 저출산 지원 18조9천억원, 고령화 대책 7조2천억원, 미래 성장동력 확충 5조9천억원 등 32조원이다. 연석회의에서도 재원 마련이 관건이라고 보고 정부지출의 효율성 제고와 재원배분의 우선순위 확립, 세원 투명성 확보, 비과세 감면제도 축소, 구민합의에 기반한 조세·재정 개혁 논의 등 4대 원칙을 추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넘어야 할 산들이 즐비하다.

우선 비과세 감면제 축소는 국민부담으로 직결돼 반발이 예상되며. 세출 구조조정은 부처간 이견이 제대로 조정될지 의문이다. 게다가 전체 32조원의 재원 중 지방자치단체들이 내야 하는 돈이 40%나 되는데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살림살이에 허덕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제대로 부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명숙 총리도 인사말에서 “이해를 달리하는 각계가 합의문을 이끌어낸 합의정신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듯이 결실을 얻어내는 여정은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정부, 재계를 비롯한 각 주체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소홀해서는 나라와 민족에 장밋빛 미래는 없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사명감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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