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5·31선거부터 지방의원 유급제가 처음으로 도입돼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구의원들도 매년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따라서 지방의회에 대한 기대지수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급제 시행 1년이 다가오지만 지방의회는 예전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입법기관으로서 의원 발의 조례제정은 부끄러운 수준이고, 해외비교시찰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성과 도덕성은 여전히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집행부 거수기인가

지난해 7월 인천지역 10개 군·구의회는 일제히 제5대 기초의회를 구성했다. 강화와 옹진을 제외한 8개 구 의회에 따르면 의원들의 조례 발의 건수는 연수·부평구 각각 9건, 계양구 8건, 남동구 4건, 서구·남구·동구 각 3건, 이어 중구 0건 순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연수, 부평, 계양구 의회가 눈에 띈다. 하지만, 대다수 의원 발의 조례는 기존 조례의 개정 수준에 머물러 있고, 또한 의회 운영 규정에 관한 사항에 불과하다.

여기에 조례를 대표 발의한 의원은 한 두명에 불과, 소수 의원만 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집행부에서 발의한 조례를 심의하는 데만 급급해 ‘구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총 39개의 의원 발의 조례 가운데, 전현준(민주노동당·부평구) 의원 외 8인 발의로 상정된 ‘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는 지난 1월 심사과정에서 부결됐고, 문영미(민주노동당·남구) 의원 외 7인이 지난 4월 제출한 급식 조례 역시 아직 처리 유보상태다. 의원발의로 가결된 것으로는 이익성 의원(한나라당·부평구) 외 10인이 낸 ‘의사상자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유일하다.

의원 발의 조례는 각종 상위법이나 정책 연구가 필요하고, 구·시정에 대한 모니터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제일 덕목이다. 지난 3월 ‘의정성과공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행정자치부는 의원들의 조례제정 건수, 행정사무감사 평가, 각종 감사 관련 실적 등을 평가해 주민들에게 공시할 예정이다.

▲언제까지 해외시찰 논란을 야기할 것인가

해외비교 시찰을 둘러싼 잡음은 유급제 시행 이전을 방불케 한다. 최근 남동구 의회와 남구 의회는 각각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 일본과 유럽 연수를 추진하면서 ‘외유성’ 논란을 빚고 구설수에 올랐다.

구 의원의 해외 연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일과 시간 이후에 술 한 잔할 수 있는 게 아니나”며 “이 때문에 외유라고 비판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수 후에 제출하는 보고서를 보면 이들의 항변은 명분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계양구 의회는 구의장 외 7인의 의원들이 지난 4월 23∼29일까지 베트남을 다녀왔다. 의회는 행자부의 해외연수 규칙에 따라 보고서를 제출했고, 홈페이지에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인터넷 자료를 100%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 48쪽으로 편집된 보고서는 연수개요, 베트남 현황, 방문평가 등으로 이루어졌고, 이는 여행사 홈페이지나 신문기사에서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붙여넣기’를 했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방문평가까지 인터넷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양구 한 의원은 “의회 사무국 직원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찰을 통해 느낀 점을 의정활동을 하면서 실행하면 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변명을 했다.

기초의원들의 도덕성 논란은 비단 해외비교시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구 의회 의장은 부인이 고리대부업을 한 점이 드러나 사퇴까지 했고, 부평구 의회는 의원들사이에서 ‘성희롱’ 공방이 이어지면서 집행부의 비웃음을 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구의원들은 ‘주민소환제도’ 도입으로 인해 의원직을 박탈당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간에서는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배제 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심지어 기초의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극단적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 토대인 지방의회가 유급제로 전환되고도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창문기자·송효창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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