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자료는 하나도 구할 수 없었지만 연변대학과 용정중학에 계신 여러분의 도움을 얻어 다행스럽게도 윤동주의 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지난 1985년 윤동주의 묘지를 최초로 확인한 이는 바로 일본인 학자 오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74) 교수였다. 당시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수립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한국학자들은 접근이 쉽지 않았던 현실이었다.

오오무라 교수는 윤동주에 대한 실증적 연구에 매진, 그가 다닌 소학교·중학교·교회의 자취, 집터 등 시인의 정신적 풍토를 재현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사후에 나온 각종 윤동주 시집의 판본 등을 꼼꼼히 비교해 정본화 작업까지 시도했다. 그 첫 번째 결실이 윤동주 시인의 육필이 담겨있는 ‘사진판 윤동주자필시고전집’(1999)이다.

2년 후에는 ‘윤동주와 한국문학’(2001)을 출간하면서 윤동주 연구사에서 꼭 챙겨야 할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와세대대학에서 중국어와 조선어를 강의한 오오무라 교수가 지난 2004년 정년퇴직하고 찾은 곳은 인하대학교다.

그는 올 3월 인하대 초빙교수로 부임, ‘동아시아 비교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다수의 한국근대문학 관련 서적을 낸 오오무라 교수가 최근 ‘조선의 혼을 찾아서’(소명출판 간)를 냈다.

심원섭·정선태씨 등이 번역한 이 책에서는 2000년부터 일본 ‘홋카이도신문’에 연재해 온 칼럼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800자 이내의 짧은 촌평이 36편 들어있기 때문에 오오무라 교수의 연구사를 단시일 내에 추적하기에 제격인 다이제스트판이다.

그가 평생 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윤동주에 관한 세 편의 글은 물론 한용운, 정지용, 강경애, 김사량, 이원수, 남정현 등에 대한 짧은 소감도 술술 읽혀 내려간다.

친일문학에 대한 입론을 세운 임종국이나 조선의용군의 일원으로 항일투쟁에 가담했던 연변 동포작가 김학철과 주고받았던 서신도 담겨있다. 이밖에 오오무라 교수는 북한 시인 김조규 등 북한문학의 일단을 소개하면서 문학을 비롯한 문화교류가 남북융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오오무라 교수는 “대학원에 재학중일 때 청조 말기의 중국문학을 전공하던 중, 동시대 조선문학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인식에서 조선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며 한국문학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