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공사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됐다.

서정호 인천항만공사 초대 사장은 지난 6개월간의 생활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새롭게 태동한 항만공사의 틀을 세워나가고 있는 서 사장은 칼럼에서, 전문경영인으로서 공격적 마케팅을 해나가는 자신에 대해 일고 있는 비난을 알고 있다며 관련 업계의 이해를 구했다.
인천항만공사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린 서 사장의 칼럼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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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29년2개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백수생활 8개월. 그리고 인천항만공사의 초대 사장 6개월. 이 세가지가 내 사회생활의 전부다.
29년 몸담은 곳과 6개월 다닌 곳을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6개월 갓 넘는 짧은 동안 공기업 CEO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공무원 생활과 너무나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는 사실 한번도 최종 책임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 위로 청장이나 국장 또는 장·차관이 있었고,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 해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던 것 같다. 요즘처럼 내가 해야 할 목표가 명확히 보이고,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절실하게 느껴보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공무원으로서 내 지난날에 대한 반성도 하고 있다. 내 딴에는 열심히 한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는데 왜 그랬을까, 지금과는 어떤 점에서 달랐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큰 차이는 시간에 대한 인식이 아니었나 싶다. 공무원일 때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있다고 여겼다. 금방 끝이 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항만공사 사장직은 임기가 있다. 3년 임기 중에 이런저런 일들을 해야 한다는, 조금은 쫓기는 듯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절박한 심정이 들기도 한다.

그 덕인지 지난해 7월 인천항만공사가 설립된 이후 첫 6개월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몇 년 전에 맡은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직원들과는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동료처럼 친숙하다.

또 다른 차이는 내가 주인이고 최고 책임자라는 것을 끊임없이 의식한다는 점이다. 누구에게 미룰 수 없는 일이고, 내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하면 힘들더라도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그러다보니 사람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듣는다. 전에는 마냥 좋은 사람이었는데, 요즈음은 공격적이고 싸움꾼처럼 변했다는 평가가 인천항 주변에서 돌아다닌다.

평생을 착하게, 남에게 어려움 안주고 좋은 사람 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었는데. 가끔씩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하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항상 마지막에는, 맡지 않았으면 모르지만 일단 시작한 이상 최선을 다하고 퇴장해야 된다는 결론으로 귀착된다.

공무원과, 임기가 있고 평가까지 받아야 하는 공기업의 CEO는 많이 다르다. 이런 차이 때문인지 내 취미까지 바뀌었다. 최근 맛을 들인 취미는 인천항을 드나드는 컨테이너 차량과 끊임없이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GM대우의 수출 차량을 보며 즐거워하는 일이다. 공무원 시절에는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던 취미인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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