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인 미만 중증장애인 공립 시설 미추홀 푸르내 공공이 맡은 소규모 시설 장점 살려

 

(사진 오른쪽) 미추홀 푸르내 김영기 생활지도사가 거주인들의 점심 식사를 돕고 있다.

  지금껏 알던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은 잊어라.

인천사회서비스원(원장·유해숙)은 15인 미만 소규모 중증장애인 시설 ‘미추홀 푸르내’가 투명한 운영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장애인 거주시설을 향한 편견을 걷어내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푸르내는 구립 시설로 인천사서원이 2020년 말부터 수탁 운영 중이다. 

 푸르내 입소인 11명은 단골 미용실이 있다. 언제나 이웃인 ‘라피네 미용실’을 찾는다. 얼마 전에 입소한 효숙(56) 씨는 이곳에서 펌을 할 예정이고 극동(43) 씨는 며칠 전 이발해 깔끔하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이곳을 찾아 머리를 다듬는다. 미용실 주인 김은숙(52) 씨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하나같이 착하고 밝아 이제는 다른 이웃처럼 대한다”며 “우리가 마주치지 못해서 그렇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동네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용실 옆 세탁소 주인도 푸르내 구성원에게 늘 친절하다. 거리에서 가끔 만나면 인사도 한 번씩 건넨다. 푸르내가 들어선 지 1년이 넘었으니 이제 익숙해졌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이권(70) 씨는 “자주 만나는 우리 이웃이니 인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김윤경 미추홀 푸르내 원장은 “장애인 정책은 자립 지원으로 가고 있기에 이러한 거주 시설은 퇴행적이다. 푸르내 역시 다른 시설들의 ‘시설 폐쇄’ 공문을 자주 받는다”며 “우리 시설에서 지내는 중증장애인도 자립이 가능할 정도의 사회복지 인프라가 갖춰졌을 때 거주 시설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장애인 자립으로 가는 길목에 푸르내가 있다. 이곳과 같은 15인 미만 거주 시설은 인천은 한 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대부분 30인 이상 규모다. 이곳은 남녀 각각 6명씩 12명이 이용하는 시설로 현재 11명이 거주 중이다. 

 푸르내는 공공이 맡은 소규모 시설의 장점을 살렸다. 투명한 운영은 당연하다. 위치 역시 다르다. 외딴곳에 있는 여느 장애인 시설과 달리 미추홀구 번화가에 자리한다. 병원, 사회복지 자원 이용이 용이하다. 

 또 직원 간 내부 소통이 활발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정원은 모두 11명이다. 원장과 팀장, 간호사가 각각 1명씩이고 조리사가 2명이다. 생활지도사는 남녀 각각 3명 모두 6명이다. 24시간 시설이라 근무시간엔 최대 6명이 상주한다. 

 그래서 정기 진료, 약물 복용, 건강검진 등 병원 진료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장애인들의 상태 파악도 빠르다. 생활지도사와 함께 2~3명씩 짝을 이뤄 은행, 마트 업무를 보거나 예전 동네를 찾아가는 일도 가능하다. 

 김영기 생활지도사는 “장애인 생활시설이기에 지원 프로그램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직원 간 소통이 활발하고 의견이 바로 반영된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올해는 심리 안정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가족 만남을 준비 중이다. 거주인과 보호자가 수시로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다. 이미 인권지킴이단으로 가족들과 이웃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사회도 끊임없이 이곳을 드나든다. 미추홀구 노인일자리사업으로 2명이 돌아가며 시설 청소 등을 해주고 장애인일자리사업으로 5명이 출입구 관리를 한다. 이달부터는 자원봉사자도 주중 3명씩 배치한다.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매주 하루는 이곳에서 일하는 이종순(73) 씨는 “마치 내 자식과 같아서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도록 신경쓴다”며 “장애인 시설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막상 일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푸르내는 ‘우리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눈다’고 알려주고 싶어 작은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엔 배추 100포기를 김장해 미용실이며 세탁소며 이웃에 조금씩 나눴다. 4월20일 장애인의 날엔 간식거리와 기념품을 포장 비닐에 담아 200세대에 전달할 계획이다. ‘만나면 인사해요’라는 문구와 함께 문 앞에 걸어둘 생각이다. 

 김윤경 원장은 “장애인 거주 시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부드러워질 수 있도록 우리 푸르내가 더 열심히 달리겠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달라지는 미추홀 푸르내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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