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고 총동문 회장인 박승숙 인천시 중구청장(71·43회 졸업)은 지난달 24일 일본 후코오카에서 코끝이 찡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일제강점기 점령국 일본 여학생과 식민지 대한민국 여학생으로 만났던 기묘한 인연, 그러나 그들에게는 국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고교 동창생이었다. 박 청장과 인천여고 출신의 일본인 모임인 백양회(白楊會) 회원 60여명의 만남은 그렇게 뜨거운 포옹으로 시작했다.

1908년 인천공립실과여학교로 인천시 중구 전동에서 문을 연 인천여고가 내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인문계 여고로는 경기여고에 이어 둘째로 개교 백돌을 맞는 것이다. “1회 5명으로 시작한 인천여고는 이제 94회까지 졸업생 2만7천여명을 배출했습니다.” 박승숙 총동문회장이 전국 최초의 여성기초단체장인 것처럼 인천여고 출신들은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신영순(42회) 제13대 국회의원과 전국 최초의 여성부단체장이었던 장부연(58회)전 남구부구청장, 정인옥(64회)코리아웨딩타운 대표, 이숙자(49회) 안산1대학 학장, 영화배우 태현실(46회)씨 등 정·관계와 학계, 예술계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해왔다.

“인천여고 발전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 동문과 학부모님들에게 머리를 숙입니다.” 박 청장은 여성교육이 어려웠던 구한말 설립된 인천여고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인천여고가 100년의 세월을 견뎌내기까지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두번이나 본관이 불에 탔고, 한국전쟁 때에는 UN군들이 건물을 사용하는 바람에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흩어져 공부를 해야 했다. “이런 인천여고가 1976년 인천여고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1998년 7월에는 연수구로 이전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학교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박 청장은 인천여고의 역사와 전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연혁관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다. 학생들의 손때가 묻어있는 수공예품이 고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 인천여고 자리인 명경지는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됐다. 지난 해 10월 박 청장 등 동문들이 뜻을 모아 추억 속의 연못을 재현한 것이다.

그 동안 인천여고 동문들은 기금을 모아 입학생의 2%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 가정이 힘들지라도 학업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동문들의 뜻이었다. 38회 졸업생부터 30여년 동안 학교를 방문해 은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후배을 격려하는 ‘Home-Coming Day’를 운영해오고 있다.

“총동문 회장직을 맡은 지 19년째입니다. 개교 100년인 내년에는 회장직을 후배에게 물려줄 작정이예요.” 박 청장의 말에서 개교 100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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