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이 생겼어요”

 

인천 1호 장애인지원주택 입주민 이성곤(41) 씨가 새로 산 가구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원장·유해숙) 인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인천 1호 장애인지원주택이 다음 달 초 입주를 모두 마치고 지역사회와 소통을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에 자리한 지원주택은 8세대로 빌라 한 동을 모두 사용한다. 각 세대는 74~78㎡ 규모로 방 3개에 화장실 2개로 이뤄졌다. 이곳은 지하나 반지하처럼 비장애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공간이 아닌 2~4층 신축 건물이다. 또 지역사회 안에 자리하고 있어 입주민들이 지역사회와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성곤(40) 씨는 자립한다는 생각에 입주 신청을 하기 전부터 마음이 붕붕 떴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만의 집’이 아닌 공동생활 공간에서 살다 보니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졌다. 

 현재 인근 한방병원이 운영하는 장애인 축구단 선수로 일하는 그는 출근길도 외웠고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수십 번 반복하며 익혔다. 이제 잘 사는 일만 남았다. 

 이 씨는 “자립한다는 소식에 함께 지내는 친구들은 ‘열심히 살아라’ ‘혼자 심심하다고 돌아오지 말아라’ ‘잘 살아라’는 말을 해줬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갓 100일이 지난 아이를 키우는 박혜경(31) 씨 역시 이런 보금자리가 생겨 안심이다. 박 씨는 “이런저런 이유로 살 곳을 마련하지 못해 아이를 낳은 후 남편과 잠시 떨어져 지내야 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인근 노인요양원에서 일한다는 임정훈(32) 씨는 “가장 먼저 입주했기 때문에 처음 며칠은 건물에 혼자 있어 어두컴컴하고 썰렁했는데 한 집 두 집 들어오니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리고 따뜻해졌다”며 “이곳에 사는 다른 주민들과 어울려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원주택은 LH인천본부가 주택을 매입·공급하고 주거전환센터가 운영을 맡는다. 장애인 개인 명의로 계약하고 소유권을 보장한다. 입주민은 400만원 이하의 임대보증금과 시세 30%에 해당하는 월 임대료만 부담하면 된다. 거주 기간 제한은 없다.

 주거전환센터는 ‘자립지원사’를 2명 채용하고 장애인활동지원사와 별도로 입주민의 일상을 돕는다. 자립지원사는 병원 동행, 가사지원, 행정 업무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입주민들이 주거전환센터로 신청하면 인력을 배치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또 이달 중으로 세대별 응급안전알림서비스 장치를 설치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현장으로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한다. 알림 장치는 인근 119 구급대, 주거전환지원센터, 활동지원사, 자립지원사와 연결한다. 

 지원주택은 1호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한다. 지난 9~10월 시설 입소 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원주택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LH인천본부와 함께 내년엔 36채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정재원 인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 센터장은 “지원주택 입주 장애인들이 무사히 지역사회에 정착해 다른 장애인들이 자립에 도전할 용기를 줬으면 한다”며 “입주민 8세대 중 5세대는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립지원사를 둬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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