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유도에서 마지막 남은 을왕산과 왕산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인천공항 건설로 영종도의 삼목 1,2도와 신불도의 산이 모두 없어지고, 용유도의 오성산도 2단계 공사로 절토돼 산의 형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18일 용유도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 4활주로 공사를 위해 을왕산과 왕산을 절토하기 위해 GS건설과 진흥기업을 선정했다.

아직까지 절토 허가가 나오지 않았지만 건설업체들은 산을 절토하기 위해 도로 개설작업 등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을왕산과 왕산은 표고가 각각 118m, 81m로 항공장애 구릉 높이인 52m로 잘린다. 풍광이 빼어나 ‘용유도 팔경’의 하나인 171m의 오성산은 인천공항 2단계 제 3활주로 부지조성공사 때문에 허리 밑까지 잘려나갔다. 오성산을 교가로 부른 용유초등학교는 산이 없어지면서 교가까지 바꿨다.

용유도는 앞에서 바다, 뒤에는 오성산과 을왕산, 왕산이 병풍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 병풍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용유도 주민들은 최근 오성산이 잘려나가면서 항공기 소음이 조금씩 들리고, 해풍 등 바람막이 역할도 사라져 을왕산과 왕산만이라도 지키자고 나선 것이다.

특히 제 4활주로 부지공사를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절토를 강행하지만 정부에서는 제 4활주로 건설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절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을왕동 주민들은 을왕산과 왕산을 지키기 위해 공항 서측도로에 ‘주민들 울리지 마라 을왕산 건드리지 마라’. ‘사라진 오성산 사라질 을왕산 누가 삼켰나’. ‘절토공사 결사반대 환경파괴 반대’ 등의 프래카드를 붙이고 산 지킴이 나선 것이다.

을왕동의 강모씨(55)는 “조상대대로 함께해온 오성산이 인천공항 건설로 잘려나가 지금은 조그마한 둔덕에 불과해 조상 볼 면목이 없다”며 “을왕산과 왕산이 오성산처럼 잘려나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박준철기자 terryu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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