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 테마로 ‘도시재생, 관광인프라 활용’이 우선순위?

가수 송창식(사진 오른쪽)과 홍인성 중구청장. ⓒ인천중구청

 

인천 중구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최고의 가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송창식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가 밝히기로는 신흥동 일대에 ‘송창식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당사자인 송창식과 직접 만나 약속을 했다는 명목인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런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문화계 일각에서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중구에 따르면 중구는 이날 “송창식 거리 조성 위한 공동협약 체결... 관광인프라로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중구에 따르면 당시 협약은 신흥·답동의 거주지와 인근을 송창식의 음악과 인생을 경험·추억할 수 있는 장소로 새롭게 탈바꿈시켜 침체된 원도심을 활성화시키고 문화예술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되도록 서로 협력하기 위한 기본사항을 담았다는 것이다.

중구는 향후 송창식에 관한 스토리텔링 및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조성, 대표곡을 이용한 벽화와 조형물, 쉼터조성 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사업계획에 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송창식이 중구 신흥동에서 태어나 신흥초등학교를 다녔던 것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 ‘거물’급의 가수를 타이틀로 내세워 기념거리 등을 조성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보면 중구가 처음 하는 일은 아니다. 전국에 몇몇 사례들이 있다.

한국 최고의 포크 가수였던 故 김광석의 경우 그가 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지난 2010년 김광석 거리가 대봉동에 조성된 바가 있었다.

이후 불과 몇 년 사이 대구 내에서는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는 데에도 일정 부분 성공은 했지만, 대구시가 과도하게 상업화되는 방향을 추구하는 바람에 가수를 기리는 본연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김광석 거리의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있어왔다. 관광한 사람들이 정작 김광석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환경으로 흡사 카페거리 비슷한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시에서 김광석이라는 인물에 대한 의미와 고찰 등의 고민을 우선순위에 두지 못한 채 상업, 관광, 도시재생 등의 목적으로만 이용해온 탓이다.

안타깝게도 중구 역시 MOU의 단계서부터 그 불안감이 노출되고 있다.

지역 문화계 상당수는 중구의 이같은 ‘송창식 거리 조성’ 의도를 대부분 인지하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20일 해당 보도자료를 배포한 부서는 문화 관련 부서가 아니라 ‘도시항만재생과’였다.

송창식이라는 가수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는 것은 도시항만재생과에 어울리지 않는 일임에도 이 부서가 MOU를 진행시킨 이유는 간단했다. 해당 사업이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 실제 확인 결과 중구청 내부 공직자들 거의 모두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

도시항만재생과 관계자는 “아직은 법적 효력이 없는 MOU를 체결했다는 사실 및 송창식의 고향인 신흥동이 사업 대상지라는 사실 외에는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구 문화관련 부서(문화관광과)에 문의한 결과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우리 과 차원에서 관련 내용이 전해진 것이 보도자료 외엔 없다”고 밝혔다.

송창식이라는 대중음악계 거물을 테마로 거리 조성을 한다면서 뜬금없이 도시재생 분야 공직자가 가수를 만난 것인 데다 문화 관련 부서와 소통하는 부분이 단 한 개도 없고, 뚜껑을 열어본 결과 그럴 듯한 알맹이도 없는 상태에서 보도자료만 덩그러니 나온 셈이다.

대중음악계 관계자들은 이미 대구에서 건드린 대상인 김광석보다 송창식이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훨씬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인 만큼, 중구가 해당 인물에 대한 의미를 간과하거나 후순위에 두거나 하는 ‘섣부른 행정’을 하면 안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록 음악 매거진 ‘파라노이드’의 편집장인 송명하 음악평론가는 “아무런 밑그림도 없이 접근하면 현재 대구 김광석 거리처럼 그 인물의 존재가 없는 껍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관광인프라로 송창식을 가져온다는 논리 자체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겠다면 보도자료까지 나온 상황에서는 최소한 공간을 조성한다든지 하는 개요 정도라도 있었어야 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 역시 “보도자료를 확인해 보면 관광 등 상업 용도로만 접근하려는 부분이 보이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하며 “송창식이라는 인물을 끌어온다는 건 인천의 대중음악사에 대한 조망도 전제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조차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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