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0일 인천항 이용선박들이 입항전에 잠시 머무는 북장자서 묘지(錨地, Anchorage) 부근(팔미도 남서방 5마일)에서 선박충돌사고로 침몰한 싱하이7호(2천972t급)가 입출항 선박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방치되고 있다.

선박 소유주인 중국선사가 보험회사와 얽힌 복잡한 문제를 이유로 선박 인양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인천항의 새로운 암초가 돼버렸다. 배가 가라앉은 해역은 수심이 얕아 간조가 되면 선박의 윗부분이 수면 위로 뾰족하게 튀어나와 이 주변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싱하이7호의 인양작업이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지난 1992년1월 팔미도 동쪽해상에서 침몰한 뒤 지난 1999년12월17일 인양된 시멘트 수송선 ‘시앙펭’호(3993t급·파나마 국적)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시앙펭호는 침몰한뒤 선사와 보험회사, 국내 구난업체간 계약문제로 인천앞바다에 가라앉은채 항해선박들 사이에 ‘애물단지’로 불리우며 결국 정부가 예산을 들여 건져올릴때까지 7년10개월간을 바다속에 잠겨있었다.

인천해양경찰서를 비롯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시 옹진군 등 관계기관도 1차적으로 선박을 인양해야할 책임이 선주에게 있어 선주가 선박을 포기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마냥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관계기관은 선주가 선박을 포기하더라도 선박인양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도 큰 부담이다.인천해경은 이와 관련 선박 침몰사고 때 벌인 방제비용 5억2천만여원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선박보험회사가 선사에 지급할 보험료를 가압류했다.

그러나 선박인양문제와 관련해서는 관계기관이 선뜻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항 이용선사들은 “시앙펭호로 인한 사고가 없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며 이같은 해운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다”며 “싱하이 7호 처리를 행정상의 이유로 마냥 미루지말고 항만 안전확보차원에서 우선 조치하고 향후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싱하이7호에 타고 있던 17명의 승선원 가운데 5명만 구조되고 3명이 숨진 채로 발견되고 9명이 실종됐다. 선사의 관계자는 “이들 실종자 9명도 배에 갇혀 숨져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사체발굴을 위해 선체 인양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싱하이호는 지난 3월20일 오전4시5분쯤 철근 4천t을 싣고 인천항에 입항하다 북장자서 묘지에 있던 코리아가스(3천980t)호와 충돌 후 침몰했다.

백범진기자 bjpai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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