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사설 갤러리는 유독 부침이 심하다. 대부분 지역 화단에 연을 맺고 있는 이들이 미술사랑이라는 순수함으로 문을 열지만 이태를 채 못 넘기고 손을 놓곤 한다. 후원자 없이 사재를 털어 운영하기란 그 만큼 어려운 현실이다.

예외적으로 인천종합문예회관 인근 갤러리 진은 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림 그리는 김진경 작가가 문을 연지 올해로 7년째다.

“작가 누구나 원하는 것이 자신의 작품을 걸 공간입니다. 그 마음에 따라 내가 한번 갤러리를 운영해보자 해서 문을 열었어요. 기획전을 만들고 작가들을 불러들여 대관전도 열고 지인의 도움으로 작품도 판매했습니다.

한해 한해 힘이 부치더군요. 의욕만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갔어요. 올해까지만 하자 한 것이 어느새 7년입니다.” 김 관장은 어려움부터 토로했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솟았는 지 모른다. 지역 작가 30여명을 초청, ‘세계 물의날 기획전’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열었는가 하면, 인천은 물론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작가적 인맥을 동원, 대관전도 유치했다. 1년에 20~25회에 이르는 전시를 해치웠다. 어찌됐는지, 전시를 열수록 개인적으로는 궁핍해졌다. 드디어 한계를 느꼈다. 올핸 큐레이터를 내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른다.

“이제 갤러리를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작가들을 맺어가면서 기획전을 만드는 일이 적성에 맞음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갤러리 진을 밀어주신 10여분의 후원회원들이 떠올랐어요. 갤러리를 통해 인생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결론입니다.”

문화 인프라가 한없이 부족한 인천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지금처럼 갤러리를 운영하는 일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김 관장이 해마다 공들여 이어오는 전시가 ‘찾아가는 미술관’이다. 장애인학교와 사회복지시설로 그림을 들고가서 갤러리를 꾸며놓는다. 때론 작품 훼손도 감수해야 한다. 전시기간 내내 그곳을 지켜야 하는 것이 그의 몫이다.

“전시장에 올 수 없는 아이들이므로 찾아가는 것은 당연하죠. 얼마나 좋아하는 지 몰라요. 보람이 큽니다.”

제도적인 지원 이야기를 꺼낸다. 사비를 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사설갤러리들이 공공적인 의미가 있는 전시를 확장할 수 있도록 인천시가 지원에 나섰으면 합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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