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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중언어는 다문화사회에서 자산이다JG사회복지연구소 소장 이진경

여름날의 저녁은 운동 하는 동안 해가 길어 참 좋다.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는 것이 지루하면 좀 더 색다른 마을 탐방을 하게 되는데 연수구 함박마을 가까이로 들어서면 한꺼번에 색다른 언어를 많이 듣게 된다. 

슈퍼 앞, 치킨집 앞, 까페, 아니면 길을 걷는 모녀지간, 청소년 친구들의 대화에서 고려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언어이다. 오히려 우리말이 적게 들리는 지역 특성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어 한국사회는 이런 적이 없었다고, 변화로 인한 심리적 불편함도 없었다고 주장해 봐도 작년 12월 기준 한국사회에 체류외국인이 250만 명이 넘어 다문화사회임을 실감한다.

알고 보면 유엔기준 세계는 195개 나라인데 진정한 의미의 단일언어 사용 국가는 30개국이 안된다고 프랑스 언어학자 바바라 A. 바우어는 밝혔다. 더욱이 이중언어 이상 사용하는 인구는 세계 인구 중 절반이 넘는다 했지만 한국사회는 타문화와의 교류 및 융합으로 살아본 경험이 적었기에 이중언어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최근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 위해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비롯해 소수의 민간기관에서 외국인 부모나라 언어 배우기 교실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음은 다문화가족 개인의 중요한 자산이자 한국 사회의 자산이기도 한 강점이니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한다. 그러면서 우리사회는 이들을 포용하고 배려하자고 그래서 다 함께 행복한 다문화사회의 정착을 이루자며 노력한다.

그런데 한반도에 뿌리를 내리고 한 세기가 넘게 거주하는 이중언어 구사자의 대표적인 화교가 왜 떠오를까. 우리사회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화교는 2000년대 중반 한국에 다문화 사회현상이 이슈화되고 연구 및 정책이 활성화될 때에도 다문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 안의 감춰진 이웃’이라는 표현은 그들의 소외를 인정한 셈이다.

얼마 전 만난 화교청년은 한국에서 태어난 화교 이민 3, 4세대들에겐 이미 한국어가 중국어보다 더 편한 언어가 됐으며, 그들의 삶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현실적 의미와 중요성이 훨씬 더 크다고 했다. 

가정에서 중국어만으로 소통하며 성장했고 화교학교에서는 5학년이 돼서야 한국어를 배웠는데 그것도 다 중국어로 배웠다고 한다. 1,2학년 때부터 일찍 배웠더라면 쓰기도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 한국어는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았는데 일상생활에서 유창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에 살고 있으니 당연한 거라 했다.

우리는 화교가 이중언어 구사자라는 사실을 외면한 것처럼 영어를 비롯한 몇 개의 언어 외에, 이주민 부모의 언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필수적이지 않다는 분위기다. 

설령 이중언어를 가정에서 배우더라도 유아교육기관에 진입하면서부터 다수의 정주민이 이주민의 언어에 관심이 없으니 이주민부모의 모국어(母國語)학습 동기를 잃게 되고 반대로, 중도입국 자녀들은 이주민 부모의 모국어(母國語)는 능숙하나, 한국어 학습 동기가 낮은 체 힘들어 한다.

특히 동남아 출신국의 일부 언어는 쉽게 배울 수 있는 곳도 없어 오로지 이주민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공통어로 불리는 미국의 영어는 한국사회의 단일언어만큼 지배적이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후 2010년대 들어서 소수언어들에 대해 결국은 이중언어교육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정책 시행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우선, 상호문화 이해와 소통의 통로인 이중언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부터 필요하다. 이중언어구사자들로 강점을 지닌 화교는 과연 한국사회의 자산이 됐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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