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이 ‘지역문화의 토론의 장’ 마련을 위해 기획한 수다(秀多)포럼의 첫 마당이 지난 9일 오후 3시부터 재단내 ‘나눔누리’에서 열렸다.

재단은 올 한햇동안 ‘인천의 문화환경을 말하다-이제는 공간이다’를 주제로 한 연속포럼을 통해 지역공간문제에 대한 정책의제를 다각적으로 도출한다는 의욕을 내걸었다. 외부 전문가들이 발제를 맡고, 인천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선다.

일간인천신문은 이달부터 11월까지 매달 둘째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릴레이 포럼을 현장감 담긴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기 위해 지상중계에 나선다.

이날 수다 첫 주자로 이무용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가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천의 공간문화와 전략’을 주제로 발제했다. ‘장소성 회복을 위한 장소마케팅 전략을 중심으로’라는 부제를 달았다.

지정토론자로는 이희환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집행위원장과 김찬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내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천의 공간-문화정치학’ ‘문화도시의 가능성’을 주제로 각각 이야기를 풀었다. 이영민 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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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장소마케팅 전략을 자리매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즉 장소마케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에대한 전략이야말로 지역발전이냐 파괴를 둘러싼 다양한 의미와 담론, 실천들이 생성되고 부딪히는 문화정치의 장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장소마케팅은 파트너쉽과 네트워킹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다양한 주제와 공간, 컨텐츠, 프로그램을 엮어주고 갈등을 조정하는 네트워커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소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국내에서 첫 박사학위를 받은 이무용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발제자로 인천이 문화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공간문화전략을 제시했다.

다음은 발제문 요지.

▲공간의 문화정치학이란

기본 관점은 공간 문화정치학에서 출발한다. ‘공간’과 ‘문화’ ‘정치’라는 화두를 꺼낼 수 있다. ‘공간’은 꿈꾸고, 놀며 싸우는 삶의 현장이자 터전을 의미한다. ‘문화’는 삶 그 자체이면서 욕망, 정서, 감수성을 말한다. ‘정치’는 공간과 문화를 해석하고 사유하는 방식을 둘러싼 투쟁이자 새로운 미래와 터전을 만들고자하는 욕망의 분출방식이다.

공간문화 정치학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이 감성과 욕망을 자유롭게 펼치고 교감하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생활공간의 창출을 이론적·실천적으로 규명해나가는 방법찾기다. 과제는 우리 일상과 관계를 맺은 다양한 장소와 공간을 문화적으로 분석, 삶의 숨결이 담긴 생활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공간문화 분석의 7가지 주제

공간의 문화정치학으로 본 인천의 공간적 특성은 무엇인가. 7가지 주제로 공간문화를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공간의 역사’다. 인천은 가장 먼저 근대화의 여명을 맞이한 개항장이다. 한국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만국공원 등 이러 저러한 ‘최초’의 신화들이 새겨져 있다.

두번째 주제는 ‘공간의 형태’다. 강화군과 옹진군 일대가 행정구역상 인천시로 편입되면서 해안 및 서해도서지역을 껴안고 한편으로는 서울 등 내륙을 향하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세번째가 ‘공간의 기능’이다. 기본적으로는 항만도시이자 공업도시로 면모가 강하다. 최근에는 국제 물류도시, 동북아 관문도시, 경제 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더불어 월미도, 소래포구, 용유도, 강화도 등 관광도시 기능을 하고 있다.

네번째 주제가 ‘공간의 정서’다. 인천 주민이 느끼는 정서와 외지인이 느끼는 정서가 매우 다르다. 거주자에게 지워진 내부적 아픔보다는 외지인들은 하나의 낭만적 여행코스의 향수를 갖고 있다.

다음은 ‘공간의 재현’을 주제로 놓을 수 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는 인천이라는 도시공간의 이미지가 집약적으로 나타나 있다. 이곳에 사는 주변적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열림과 닫힘’ ‘머무름과 떠남’이라는 이중적인 인자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머지 주제는 ‘공간의 주체’와 ‘공간의 갈등’이다. 성별 인종별 계층별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거주하는 만큼 공간문제와 관련한 갈등의 소지를 많이 지니고 있다.

이러한 7가지 주제를 통해 분석한 인천 문화공간의 문제점은 오히려 공간적·문화적 정체성을 애매모호하게 한다. 이를 풀기 위한 방향 설정 전략이 ‘장소마케팅’이다.

▲장소마케팅 전략

장소마케팅 전략은 특정장소가 지니는 문화적 고유성과 정체성을 살려 지역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지역발전의 진정한 대안이다. 이를 위해 장소성 기획이 필요하다. 즉 물리적 공간을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혼과 정신이 담긴 문화적 장소로 만들어감으로써 지역의 장소성과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또한 문화와 경제와 사회의 통합적 반전을 추구하는 것이 장소마케팅 전략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키워드로 ‘주민’과 ‘장소성’을 들 수 있다. 주민들이 주체가 돼 살고 있는 곳의 정체성을 만들어 갈때 통합적 발전이 가능하다. 지역 외부에만 시선을 돌려 외부 주민과 관광객, 기업을 유치하려는 기존 논의는 한계가 있다. 궁국적 목적과 대상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이다. 경제적 목적도 주민 스스로 주체가 돼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해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문화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장소기획자로서의 주체인 장소마케터가 성숙해 있어야 한다. 장소마케터는 단순한 기획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주제와 분야, 공간을 연결하는 네트워커 역할을 해야한다.

이들을 통해 실현되는 장소마케팅 전략이란 지역의 여러 주민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의 장기발전과 정체성을 수립하며, 장소성에 기반한 고유의 공간문화를 개발·제공함으로써 능동적 지역 문화공간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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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1> ‘내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천의 공간-문화정치학’ /이희환 도시환경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가 결성된 때는 지난 2003년이다.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공간’을 중심으로 대안을 모색하게 된 배경에는 2001년 가을 월미산 개방이 결정적 단초가 됐다. 역사적·문화적 자산이 풍부한 월미산을 중심으로 훌륭한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화두가 시민사회의 일부에 있었다.

하지만 월미산 역시 개발광풍에서 비켜설 수 없는 위기에 빠졌다. 이를 위해 2003년 2월부터 ‘월미산 난개발 저지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가동됐. 무엇보다 월미도의 장소성을 되찾는 일이 긴요했다. 월미공원을 중심으로 일대가 다양한 국면이 얽혀있었고, 이를 슬기롭게 바로잡기 위해선 환경, 역사, 문화 등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대책위라는 형식으로 접근하는 데서 한계가 많이 노출됐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이 네트워크 방식을 통해 ‘도시공간’ 문제에 대한 의제를 발굴하고 적극적 대안 제시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발족된 것이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이다.

인천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정체성 없는 분단도시’를 꼽을 수 있다. 승학산의 예비군부대, 문학산 정상의 군부대 등은 인천의 역사를 짓누르는 단적인 군사시설이다. 이런 과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문화도시의 꿈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인천은 지금 전면적인 도시개발의 광풍에 휩싸여 있다. 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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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2> ‘문화도시의 가능성’ /김찬호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

인천 공간문화를 볼 때 때로는 외부자 시선이 내부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외지인이 바라보는 인천은 어떨까? 나에게는 2002 월드컵 16강 진출, 소설 때문에 다시 부활한 삼미슈퍼스타즈, 오정희 소설 ‘중국인 거리’ 이문재 시인, 황해문화, 인천공항 등이 떠오른다.

인천은 바다가 있는 열린 공간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화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요코하마가 고베보다 더 중요한 항구도시로 자리잡아 온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최근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명실공히 글로벌 시대의 거대한 관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해 바다와 대륙의 재발견은 인천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된다.

거대한 슬로건보다 디테일한 컨텐츠가 필요하다. 인천은 화교가 건실하게 형성된 곳인데 화교의 목소리가 아직 없다. 화교는 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주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수도권 노인들의 전철 무료승차율은 12.4%다. 천안역이 18.3%, 일산역이 27%인데, 의외로 인천역은 30.7%로 높다. 즉 무료로 인천까지 오는 노인 수가 52만3천명 정도에 이른다. 인천을 찾는 노인들의 동선과 수요를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장소마케팅이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높은 수준의 문화를 요구하는 노인들이 증가할 것이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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