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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저출산 시리즈(25)- 출산의 충분조건과 필요조건김민식 인천신문 저출산문제연구소장

수학에서 두 명제 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방법으로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이 있다. 

세상만사에도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이 있으며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출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출산을 위한 충분조건에는 결혼하는 것,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하는 것, 양육비용을 저축하는 것, 육아 준비를 하는 것,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것 등이 있다. 출산을 위한 필요조건에는 단 하나의 조건 '자녀의 필요'가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배가 부르면 먹지 않듯이 어떤 일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충분조건 보다는 필요조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필요조건을 필수조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출산에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필요조건이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찾아서 먹든지 만들어 먹듯이 자녀에 대한 필요가 있으면 인간은 충분조건을 만족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성을 만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돈을 모아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육아를 위해 부모님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고 열심히 일해 양육비용을 준비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필요조건이 만족되면 충분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출산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필요조건의 만족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자녀를 필요하게 만드는가?
수십 년 전의 농경사회에서는 자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농사일은 혼자 하기 어려워 자녀의 손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늙어 더 이상 농사짓기 어려울 때 자녀 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부모가 늙고 병들어도 자녀 외에는 보살펴 주는 곳이 없었다. 아들이 없는 경우 마을 사람들에게 무시 당해 어깨를 펴고 살기 어려웠다.

 장성한 아들이 없는 경우 강도와 도둑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남녀 차별이 심했던 농경사회에서 자녀가 없는 여성은 심각한 차별을 받았으며 자녀를 낳음으로써 차별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서양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마녀사냥으로 희생이 된 대부분은 남편이나 아들이 없는 여성이었다. 따라서 농경사회에서는 자녀, 특히 아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농경사회에서의 이러한 필요가 현대사회에서는 모두 사라졌다. 충분히 부자여서 노년에도 자녀의 도움이 필요 없거나 국가로부터 수당 또는 연금을 지급받아 자녀의 도움이 필요 없어졌다. 

부모가 늙고 병들면 자녀들에게 의지하는 대신 요양병원으로 간다. 혼자 살아도 너무나 안전하고 편리하다. 자녀의 필요가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는가? 자녀에 대한 필요는 없애고 충분조건 만족에만 집중하고 있다. 

산모 · 신생아 건강관리, 불임치료지원, 기저귀 지원, 임신 · 출산 의료비 지원, 출산수당, 보육료 지원, 양육지원, 유아학비 지원, 아동수당, 교육비 지원, 무상급식, 탁아소 증설 등 출산수당을 제외한 모든 정책이 충분조건 만족에 집중하고 있다. 

필요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충분조건이 만족돼도 일이 성사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조건 만족을 위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출산율은 오르지 않는다. 30.6조 원(2018년)이나 되는 많은 저출산 예산을 투입해도 출산율이 더욱 하락하는 이유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충분조건 만족에 집중했던 나라는 어느 나라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았다. 반면에 필요조건 만족도를 올린 나라는 출산율이 상승하거나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충분조건 만족도는 이미 충분히 높다. 지금은 필요조건의 만족도를 끌어 올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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