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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하나하나 모두 전세계 하나뿐이에요”<인터뷰> 강은수 박공예 명장
강은수 명장

과거 농가 울타리와 초가지붕에 주렁주렁 달려 있던 박은 가을의 풍요로움을 상징했다. 농부는 박을 따 바가지를 만들고 곡식을 담고, 막걸리를 받아 마시고 또 탈을 만들어 흥취를 즐겼다. 이제는 농촌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박은 체험교실에서나 만날 수 있다.

강은수(67) 박공예 명장은 사라지는 박에 한국 전통공예를 접목해 예술성과 유용성을 두루 갖춘 박공예품을 탄생시켰다. 강 명장은 1979년 신포동에 박공예 공방을 차리면서 본격적인 박공예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박으로 만든 공예품은 인기가 좋았다. 가정마다 한두 개쯤 박공예품이 없는 집이 없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플라스틱 등 대량으로 생산되는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박공예품은 점점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갔다.

강 명장은 잊혀져 가는 박공예를 되살리는데 40여 년을 바쳤다. 박이 잘 깨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박 안에 삼베나 모시를 발라 견고함을 더하고 옻칠을 해 그 빛깔까지 가미했다. 강 명장은 이를 ‘접목’이라고 불렀다.

“예전엔 예술작품이 주였지만 지금은 생활용품을 주로 만들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성에 유용성까지 가미해야 해요. 옻을 입히기도 하고 금속이나 짚을 입혀서 새로운 걸 만들어냈지요.”

박은 봄에 씨앗을 뿌려 모종을 옮겨 심은 뒤 서리가 내리는 11월에 수확한다. 수확한 박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밑에 작은 구멍을 내 삶아낸다. 껍질을 벗겨내고 속을 파내고 잘 말리면 박 위에 문양을 그릴 수 있는 반제품이 완성된다.

반제품이 완성되면 박 표면에 산수화 등 밑그림을 그려 인두로 지져 예술성을 가미한다. 박 모양을 최대한 살려 주전자와 찻잔, 손거울 등 모양과 용도도 각기 다른 작품을 만든다. 박의 둥근 모양 때문에 바닥을 평평하게 하기 위해 바닥을 잘라 나무를 맞춰 제작하기도 한다. 특히 박의 주둥이와 손잡이에 은을 접목시키거나 찻잔에 나전칠기로 문양을 만들고, 박 테두리에 짚을 감는 등 여러 종류의 한국 전통공예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시켜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다.

생김새가 다른 박에 각각의 특징 불어 넣어

옻·은·나전칠기 입혀 새로운 형태의 박공예 탄생

강 명장은 인천에서 태어나 박공예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팠다. 40여 년의 작품활동을 통해 인천공예품대전에서 대상을 3회 수상했다. 2014년에는 인천공예명장으로, 2017년에는 한국전통공예명장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박 공예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강 명장은 인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지만, 현재 인천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인천지역 공예가들과 영종 지역에 공예촌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수포로 돌아갔다. 이제 인천에서 박 공예를 전수하기도 계속 만들기도 쉽지 않다. 박공예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일본 등지에서 박공예를 배우러 오지만 그들에게 전수할 의향은 없다.

강 명장은 현재 청주 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충북 청주에 축구장 46배 크기의 한국 전통공예촌 복합문화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이곳으로 이주할 계획이다. 예술인들은 전통한옥으로 지은 공방에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방문객들에게 공예체험 등을 제공한다.

“인천 문화예술인들이 인천에 공예촌을 만들려고 노력할 때가 있었어요. 이곳에 한국 전통공예품과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 다양한 형태를 접목한 복합관광지를 조성해보려고 했지만 잘 안됐지요. 더 늦기 전에 전통공예를 살리려고 하는 지자체로 떠날 생각이에요.”

강 명장의 마지막 꿈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전시할 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이미 박 명장 작품의 고유성과 독특함을 인정하고 좋은 조건으로 터전을 옮길 것을 제안했지만 박 명장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한국 전통의 박공예가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박공예를 하는 사람들이 없지만, 나중에라도 후세들이 박의 독창성과 전통성을 이해한다면 다시 만들지 않겠어요. 박공예가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박물관에 제 작품을 기증해서 나중에라도 이 박으로 연구하고 만들어서 전통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요.”

박은 기후와 토질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자라는데 박에 기형을 만들고 옻칠공예 건칠기법으로 박의 내부에 삼베를 두겹 바르고 옻칠을 해 강도를 높이고 일상생활에 사용하고 집안의 장식으로도 사용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진은 공예품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사진제공 강은수

 

강우영 기자  rainzero@incheonnewspa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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