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11시. ‘5·31 지방선거’ 투표가 시작된지 채 5시간도 안된 시각이지만 유난히 인터넷 투표현황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지난 1월30일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 후 4개월간 선거현장에서 투표독려를 진두지휘하며 야전탑 역할을 했던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구광서(48) 홍보계장이다. 투표 5시간이 지났는데도 인천전역의 투표율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또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1995년 시작된 제1회 지방선거부터 98년, 2002년 2, 3회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전국 최하위 투표율을 기록한 인천이다. 전국 평균 투표율과도 매번 무려 8.4%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구 계장의 이번 선거 목표는 투표율 탈꼴찌.

이내 구 계장의 손놀림이 빨라지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각 지역 선관위와 지역 케이블방송사, 대단위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투표종용 방송을 내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홍보용 가두차량도 계양구와 부평구 등 취약지역에 급파했다. 오후 4시, 드디어 서울과 광주를 제쳤다.

이런 추세가 두 시간만 버텨준다면 투표율 탈꼴찌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그러나 6시 종료와 함께 인터넷 투표상황판에 일제히 뜬 전국 16개 시·도 투표율 현황을 보고 구 계장은 무거운 체념의 짐에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투표율 44.3%. 이번 역시 전국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국 평균치(51.6%)와의 격차를 1.1% 포인트 줄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4.8% 포인트 신장돼 이 부문은 전국 네번째다.

선거가 끝난 지난 4일 구 계장은 4개월만에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영화관을 찾는 여유를 누렸다.
“기권하는 것도 의사표시라는 말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불평할 권리도 없는 것 아닌가요. 민주주의가 유권자의 권리와 의무에서 시작되고 끝난다는 점을 우선 생각하면 지역에 대한 정주의식은 그다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신장세에 비해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데 대해 구 계장의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는 86년 공무원 공채로 임용된 후 2003년부터 인천시 선관위에서 홍보계장을 맡고 있다.
박주성 기자 sting@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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