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성 인식 못한 'KT링커스', 정보 공개도 거부해

인천 남동구 모래네시장 버스정류장 공중전화ⓒ인천신문

연인에게 달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랑받던 공중전화가 언제부턴가 도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공중전화 부스 주변에 버려지는 담배꽁초, 가래침, 구토, 방뇨 등으로 미관상 문제는 물론이고, 부스 유리창이 파손 되고, 취객 난동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안전 문제와 직결돼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또 모바일 시대를 맞아 아날로그의 상징인 공중전화 이용량이 급격히 감소해 유지관리 비용이 수익을 넘어선 상태로 공중전화는 사실상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15일 공중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KT그룹(KT링커스)에 따르면 2015년 2천700여 대에 달했던 인천지역 공중전화는 2016년 2천500여 대, 2017년 2천300여 대로 줄어들어 1년 새 200여 대가 사라졌다.

현재 남아있는 인천지역 공중전화는 부평구 600여 대, 중구 400여 대, 남구 300여 대, 남동구 300여 대, 연수구 200여 대, 서구 200여 대, 계양구 200여 대, 동구 100여 대 등으로 관공서와 공공기관, 복지시설, 의료시설, 교육시설, 군부대 등에 주로 설치돼있다.

KT링커스 관계자는 “현재 인천지역 공중전화 부스에 대한 활용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면서 “조만간 일부 공중전화 부스를 철거해 공중전화 분포를 개선하고 실제 필요한 곳에 공중전화를 설치해 최적화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KT링커스 측은 조직의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전국 관리 직원 440명만 공개한 채 인천지역 관리인원, 유지관리비, 공중전화 사업 매출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며 일체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수치상으로 보면 인천지역 공중전화 관리직원은 수십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매체에 따르면 1998년에는 전국 공중 전화 매출이 7천800억원으로, 1999년에 56만대로 정점을 찍고, 꾸준히 감소해 최근 공중전화 대수는 약 7만대다. 한 달 내내 한 번도 이용되지 않는 전화기가 100여 대, 월 통화료가 1천원도 안되는 공중전화가 5천대가 넘는다.

하지만 긴급통화나 저소득층, 초등학생, 외국인노동자 등이 수요층으로 남아있어 사회복지 차원에서 아직은 유지가 필요한 서비스다.

이에 KT링커스는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공중전화 부스를 철거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해 대책 마련에 나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옥계휴게소 제공

공중전화의 환골탈퇴는 전국 곳곳으로 이어져 ▶서울 경복궁역 인근 시민들의 글과 소리를 남길 수 있는 '글·소리 부스' ▶경기도 고양시의 아름다운 LED 조형물 ▶강릉시 옥계휴게소의 도서관으로 변신한 ‘바다전망 작은 도서관’ ▶핸드폰, 태블릿 PC 등을 태양광판을 이용해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친환경 충전소 ▶전기차 충전소 괴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피할 수 있는 세이프티존(안전구역) ▶ATM(자동화기기) 지점 ▶심장 충격기 보관소 등으로 개조되고 있다.

앞서 2016년 12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수익보다 유지비용이 더 발생하는 공중전화 수를 4만대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부는 또 단계적 철거를 위해 잘 사용하지 않는 도로변 등의 공중전화는 없애고, 공공시설 설치현황을 고려해 적정대수를 최대 5대로 산정해 불편을 최소화 할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시대가 바뀌면 공공시설의 모습도 변화해야 한다. 인천시가 시민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중전화의 변신을 고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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