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은 산이 갖는 미학이다. 요령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산이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신분이 높고 낮건, 돈이 있고 없건 산 앞에서 모두 매 한가지다. 내 혼자의 힘으로 올라서야만 세상을 발 밑에 두고 후련하게 함성을 지를 수 있는 곳이 산이다.

산이 품고있는 오묘한 이치를 호흡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천보육원후원 산악회(회장·양승생·49). 이들은 혼자만의 희열을 쫒아 산을 찾지는 않는다.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숨결을 느끼며 산을 탄다.

인보산악회는 10년전인 1997년 만들어졌다. 초대회장 김국진(72)전 남동구청장이 450여명의 인천보육원 후원자 가운데 산을 좋아하는 90여명의 회원들로 꾸린 것이다.

돈으로 하는 후원도 중요하지만, 몸으로 하는 봉사로 보육원 원생이나 지도교사 등과 어우러지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인보산악회가 바탕에 깔고있는 지침은 ‘실천하는 사랑’이다. 매달 한번씩 원생(87명)들과 지도교사·종사자(31명)와 산을 찾는다. 산악회원들은 등반을 통해 원생들의 아버지가 되곤한다.
원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준다.

10년 동안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다보니 원생들도 자연스럽게 산을 좋아하게 됐다. 원생 13명은 인보산악회원으로 정식 가입했다.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산악회원과 인천보육원 모든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등반을 한다.

“등반하면서 후원자들과 원생들이 자연스레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 인보산악회 활동의 참뜻 입니다”

2003년부터 인보산악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양 회장(경인폐차산업(주) 대표)의 말이다. 일요일인 18일에는 인천시 중구 무의도 호룡곡산을 찾았다. 원생과 지도교사, 인보산악회원 등 130여명이 함께 했다. 등반과 오락으로 서로의 정을 나눴다.

“나눔의 실천은 세상을 밝게 합니다. 원생에게 ‘세상은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때 이들이 커서 더 큰 사랑을 베푸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가 말하는 인보산악회의 존재이유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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