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으로 연일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인천시가 설치한 버스정류소 바람막이 천막이 외면 받고 있다. 시가 시민을 생각하지 않고 졸속으로 설치한 탓에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10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겨울철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추운 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시내 버스정류소 옆 200곳에 바람막이 천막을 설치했다.

시는 투명비닐로 된 바람막이 천막 1개당 약 25만 원을 들여 30여일에 걸쳐 설치를 완료했다.

문제는 바람막이 천막의 앞이 뚫려 있어 본래 의도인 바람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설치된 천막을 외면한 채 밖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게다가 강한 바람에 천막이 넘어질까봐 지지대에 모래주머니를 매달아놓은 곳도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실효성을 따지지 않은 시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예산만 낭비한 셈이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이모(52)씨는 “바람막이 천막을 이렇게 만들거면 안 만드니 못하다”며 “돈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본래 기능에 맞고 보기 좋게 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다른 지역의 지자체는 이름까지 붙이며 바람막이 천막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시의 행정과 대조적인 대목이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 이글루’

서울 서초구의 ‘서리풀 이글루’는 방한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닐 커튼형 출입문 대신 미닫이문을 설치했다. 구는 시민들의 호응이 좋아 20곳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 중구도 '온기통'으로 이름 붙인 4.5㎡ 텐트를 도심 버스정류장 16곳에 설치했다. ‘온기통’ 역시 천막의 입구가 막혀있다.

서울 중구 '온기통'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버스정류장에 발열 의자를 설치하는 곳도 있다.

경기도 구리시는 장소가 좁아 천막을 설치할 수 없는 버스정류장에 발열 의자를 설치했다. 시는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다른 정류장 3곳에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천막 안에 들어가 봤는데 바람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다”며 “아직 설치 초기 단계라 2월까지 시민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효과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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