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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2월 15일 일간지 재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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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國監)과 언론


“사장 그 TV 좀 끄면 안 돼요? 그 모습(실제로 그가 쓴 표현은 결코 이렇게 점잖지 않았다)도 그 목소리들도 듣기 싫다. 딴 거 뭐 노래라도 틀어봐라.” 한 대폿집에서 얻어들은 목소리다. 그때 그 대폿집의 TV에서는 어느 방송사인가의 정규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나도 마침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라 입가에 슬며시 얄궂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미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나는 대체로 TV의 뉴스를 회피한다. 그렇다고 보도 매체와 접촉을 끊어 버린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스스로 읽어나가야 하는 지면 매체와 달리, TV라는 매체가 갖는 직접적이고 강렬한 자극과 선동성에 나의 여린 감성이 안정을 유지하기가 고통스러워서다.

자극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화면을 고의적으로 편집하는 우리 TV화면 제작자들의 재주도 빼어나지만 그들에게 끊임없이 세계 최고 수준의 충격적인 사건들을 생산해 내고 공급해주는 우리의 정치판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역동성이야,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다이내믹 코리아”의 진면목이다. 보도매체의 입장에서야 소재에 목말라 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니 즐거울 일일 테지만 우리 같은 소시민의 입장에서야 그 현장을 이루 화면으로까지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차피 보도매체라는 것도 경제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정보를 파는 장사꾼이고 상품은 손님을 끄는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시장의 진리다. 소재 좋고, 세계적으로 명성이 분명한 흥분 잘하는 고객에다, “편파”라고 하는 장식만 제대로 얹으면 패거리용 매력 상품을 만드는 것은 사실 특별한 실력을 필요로 하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것이려니, 세월이 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는 법이지”라고 스스로 맘 달래고 넘어가려해도 목에 가시 걸린 듯 삼켜지지 않는 대목이 있다. 이 어지러운 아수라장을 이용하여 마치 자신들이 이 사회의 또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양, 나대는, 소위 언론의 모습이 화를 돋운다.

세상이 어지럽고 어려울수록 지성을 정돈하여 바른 정보와 건설적인 지혜들을 발굴하고 전파하여 사회의 건강성 회복을 돕는다는 것이 소위 언론이 영리적 상품과는 달리 공기(公器)라는 추임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힘이 들고 어려운 일이라 할지라도 좀 더 날 밤을 새고 발품을 팔아서 그러한 지혜로 정제된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함으로써 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려는 노력 속에서 언론의 힘은 성장해야 하는 것일 것이다.

만일 이 사회에서 언론마저 정치의 일부가 되어 패거리 논리의 전파에 집중하고 설익고 왜곡된 정보와 식견으로 사회적 오판을 앞장서서 확대 재생산한다면 이제 이 사회가 희망을 걸 수 있는 무엇이 남을 것인가.

나는 작위적으로 편집된 소위 팩트(fact)라는 현장의 묘사 뒤에 덧붙여서 따라 붙는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이러한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라는 취재기자의 맺음말이나 보도기사의 마무리 글줄을 볼 때마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저러한 얘기는 사실인가, 아니면 기자의 일방적인 주장일까.

물론 기자들에게도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인용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자가 의견을 내는 창구는 사설, 기자칼럼, 취재일기 등, 얼마든지 많이 만들어져 있고 그들은 이미 그러한 면에서 사회의 일정한 특권을 누린다. 그럼에도 그들이 사실의 취재와 보도에서조차 자신의 경향과 의견을 우선으로 하여 사실을 편집하고 정보를 왜곡한다면 그것은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도구가 되기 쉽다.

나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지난 대선들에 대한 불복운동과 세월호 사건, 촛불과 태극기 사건,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의 과정, 새 정권의 출범 과정, 국가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에 대한 보도 등에서 이러한 언론의 위기를 느낀다. 그러한 보도들을 통하여 이 사회의 분열이 더욱 가속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 사회가 좀 더 바람직한 해법을 찾는 데에 이러한 보도들이 조금도 기여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우리 사회의 현실이 증거로써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국감의 난국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런 국감을 꼭 해야 하는 것인지 잘 알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정말로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난장판 국감을 감시하거나 고삐를 잡는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길게 볼 것도 없이 이 과정이 끝날 때쯤 이 사회는 더욱 분열의 수렁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되겠지만 이 갈라진 땅을 적실 지혜의 물줄기는 사방 어디에서도 감지되지 않는다. 오직 언론이, 살아있는, 양식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언론이 있어야 하는 것이건만….

현실적으로 한 가지 만이라도 당부한다. 국회의원들이 행정부에 요구한 자료들이 무엇 무엇인지, 그들은 왜 그러한 자료를 요구했으며, 그러한 자료를 대중이 이해하기 위하여 필요한 법률적, 전문적인 관련지식은 어떤 것이 있는 것인지, 그 국회의원은 실제로 그 자료를 어떻게 활용해서 무엇을 했는지, 그러한 팩트만이라도 시민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공부하고 수집하고 전해주기를 부탁한다. 언론이여, 당신들은 이 사회 희망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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