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도움을 받은 만큼 이젠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추락사고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고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는 유완균(55)씨.

남에게 도움을 받을 법도 하지만 오히려 배푸는 삶을 즐기고 있는 이다.

최근 그는 옆집 이웃 노인을 위해 자신의 주머니까지 털어가며 병간호를 하고 있다. 밤낮으로 간호하고 있는 김모(71)씨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저 오가다 만난 노인이다.

“할아버지가 매일 술을 먹고 주사를 부려 동네에선 유명인사였지요. 술을 좋아라 하지만 돌봐주는 가족이 없어 건강이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매일 할아버지네 집에 들려 건강상태도 확인하고 말동무도 해드렸지요.”

지난달 26일 유씨는 간경화로 혼수상태에 빠진 김씨를 발견, 병원에 입원시켰다. 매일 병원으로 출근, 함께 잠을 자며 김씨를 간호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세차례나 김 노인을 병원에 입원시키며 모든 비용을 자신이 부담해 왔다. 기저귀와 물티슈 등 소모품까지 챙기느라 재정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힘이 닿는 한 육체적인 봉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꾸 금전적인 문제에 부딪혀 도움의 손을 줄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이런 유씨의 사정을 듣고 인천시 여성장애인연대 김정인 회장이 기저귀 150개를 후원해 줘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었지만 아직 준비못한 입원비가 걱정이다.

주변에선 몸도 성치 않으면서 남을 돕는다며 유씨를 말리는 이도 많았다.

“‘수고한다’라는 한 마디에 힘이 솟는것 같아요. 비록 장애인이지만 오히려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자부심도 느낍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과 함께 외롭고 힘든 시간을 헤쳐 나가고 싶습니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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