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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서 뿌리면 경제가 살까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

 

아주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개념을 설명하기에는 괜찮은 우화를 하나 만들어보자.

나는 야채와 과일을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직매하는 농부이고 김 서방은 빵을 구워 파는 빵 가게 주인이다. 내게 만 원짜리 지폐가 한 장 생겼다. 나는 오늘 앞집 김 서방 가게에 가서 가족들과 먹을 빵을 사고 그 만 원을 김 서방에게 지불했다. 저녁때쯤 되어서 김 서방이 나의 가게에 와서 과일과 야채를 사고 그 만 원 권을 도로 내게 건네고 갔다. 나와 김 서방 사이에는 이런 거래가 일 년에 백 번쯤(내가 김 서방에게서 빵을 산 것이 50번, 김 서방이 내게서 야채와 과일을 산 것이 50번)일어났다.

이럴 때 경제학자는 우리 둘 사이에서 일어난 거래를 여러 가지 형태로 설명한다. 우리 두 사람 사이의 거래에서 만들어진 국민총생산(GNP, 또는 GDP)은 10,000원 × 100 = 1,000,000원 이라고 하기도 하고, 이러한 현상을 분석해서, 거래에 사용된 화폐의 총량(통화량, M) × 화폐가 사용된 횟수(화폐의 유통속도, V) = 거래된 총 상품의 단위당 평균가격 (P) × 거래된 상품의 총량(T)라고 해서 MV=PT(=GDP)라는 함수식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사례를 이용하면 10,000원(M) × 100번(V) = 10,000원(거래평균가격, P) × 100개(거래상품수량, T) = 1,000,000원(GDP)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현장으로부터 GDP 값을 산정해 내기 위해서는 상당히 복잡한 자료 수집과정과 통계 수치화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기실 그 개념을 요약하자면 이와 같이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한때 이 나라 대통령의 자리에 있던 한 인사는, 그의 경제학 개인교습을 담당했던 한 경제학교수로부터 이 MV=PT라는 강의를 듣고 나서 그 설명력에 감동하여 그를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하였다고 하니 이 함수식이 갖는 설명력의 매력은 결코 작지 않은 것이다.

물품의 1년간 생산총량에 그 평균 시장가격을 곱하면 (P×T) 그것이 곧 GDP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고, 다시 이것은 시중에 존재하는 화폐 총량에다가 그 거래횟수를 곱한 것(M×V)과 같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 간단한 이치에서 우리는 제법 많은 것들을 생각해 낼 수가 있을 것도 같다.

우선,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것의 요체인 GDP를 키우려면, 시중에 돌고 있는 화폐의 유통속도를 높이면 되고 돈이 돌지를 않는다면 시중에 돈을 찍어 뿌려서 화폐유통량을 늘이면 되는 것 아닌가. 경제성장? 그것이 무어 그렇게 어려울 것이 있다는 말인가.

실제로 이 I. Fisher의 “화폐의 교환방정식”을 이해하는 경제정책 입안자나, 특히 정치인들은 경제가 불황에 빠질 때마다 화폐의 과감한 공급을 통한 경기부양의 유혹을 받게 된다. 그것은 대공황 당시의 케인즈의 유효수요 창출이론에 기초한 뉴딜의 역사적인 경험과 함께 “뭘 좀 알아서 펼치는 정책”이라는 매력을 풍기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렇게 매력적인 이 이론이 실제로는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정치인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방정식을 구성하는 네 가지 변수(M,V,P,T) 중에서 경제정책 입안자가 인위적으로 비교적 쉽게 조정할 수 있는 변수는 통화량(M) 하나뿐이고, M의 변화에 대응하여 가장 민감하게 변화하는 것은 물가수준(P) 하나뿐이라는 것이 문제다. 화폐의 유통속도(V)나 재화의 생산량(T)은 그 결정 요인이 너무도 다양해서 대체로 정책 책임자의 소원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따라서 정책책임자가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욕심으로 시중에 돈을 찍어서 풀었다가는 그에 맞추어 생산이 늘어 주지 않을 경우 끔찍한 초인플레이션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고 경제심리의 위축으로 화폐의 유통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경제 전반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면서 파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책선거가 실종되었다는 비판에 대응하여 대통령 후보들이 설익은 경제논쟁을 벌이는 속에, 특히 몇 몇 후보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이야기와 분배를 통한 성장 이야기가 사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무상의 복지분배와 고임금을 통한 성장 전략이 얼마나 많은 국제적인 실패의 사례와 쓰라린 역사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는 최근 베네주엘라의 사태를 비롯하여 중남미 전역과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에까지 퍼져있는 포퓰리즘의 역사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거니와, 생산량의 증가가 동반되지 않는 적자재정의 살포는 곧 폭발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뿐이라는 것을 MV=PT는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에 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일해야만 살 수 있는 것이다.

포퓰리즘 위에 덧씌워지는, 도무지 진화하지 못하는 이념의 분식을 바라보는 “한 국민”의 마음이 어지럽다.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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