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오는 13일께 확정짓는다고 하지요. 매물이 거의 없어요, 빨리 결정하세요” 2일 오후 인천시 중구 신흥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여직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장이라는 중개인은 한술 더 거든다.

“이주만 확정되면 이 값으로 거래를 할 수 없죠. 금새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값을 따라잡을 겁니다.”

결과가 확실치 않은 ‘이주설’이 건축 20년이 넘은 구도심의 낡은 아파트의 매매가를 단 6개월만에 인천 최고수준으로 만들고 있다.
인천시가 단초를 제공한 ‘이주설’은 ‘이주확정’으로 부풀려지면서 투기광풍을 부르고 있다.

중구가 항운, 연안 아파트의 실거래가 신고를 받은 결과, 항운아파트 18평과 15평형이 각각 2억2천만원과 1억8천만원선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안아파트 18평형도 항운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거래가가 2억2천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항운아파트의 시세는 18평형과 15평형이 각각 8천만원과 5천만원 선이었다. 평당 440만원에 거래되던 아파트가 불과 6개월만에 1천220만원 선으로 3배 정도 뛴 셈이다.

거래도 폭주하고 있다. 올들어 5월 말까지 항운아파트는 전체 507가구 중 87가구가 거래됐다. 18평형인 연안아파트도 같은 기간 중 전체 743가구 가운데 131채가 사고 팔렸다.

이들 아파트에 투기광풍이 몰아친 데는 ‘이주설’이 뒤에 있었다.
인천시는 지난해 연말 인천발전연구원(이하 인발련)에 의뢰했던 정책과제의 결과를 풀었다. 시가 제목까지 붙여 의뢰했던 정책과제는 ‘연안·항운·라이프 아파트 이주대책’이었다.

이 과제에 대한 인발련의 검토의견은 ‘이주가 어려운 현실여건을 고려해 현재의 터를 유지한 채 환경개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주할 터를 매립을 통해 만들더라도 장기간이 필요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당시 과제를 맡았던 인발련의 연구원은 “이전에 대한 검토 결과는 ‘결론적으로 어렵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가 주민설명회에서 인발련 검토 의견을 설명하고 앞으로 주민들과 이전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힌 후 아파트단지에는 이전이 확정됐다는 소문과 함께 ‘이전 확정’이라는 현수막까지 나붙었다.

이후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이전 대상지인 송도 9공구의 매립은 2011년에 끝난다. 이 터는 항만물류시설 부지로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의 협의가 있어야 이주가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항운·연안아파트의 송도9공구 이주는 법적 근거가 없는 데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어 시가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 지역주택조합 방식 등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 풀어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주설’이 몰고온 투기광풍은 시가 ‘이주불가’를 못박고 있는 인근 라이프비취맨션(2천217가구)으로 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해 1억원에 거래됐던 30평형은 요즘 실거래가 신고액이 1억3천만원에 이르고 있다. 호가는 2억원 정도다. 거래도 크게 늘어 올들어 지난달까지 105채에 달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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