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외현 시집 ‘안심하고 절망하기’ 출간

‘아직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절망도 안심이다’ 작가의 고백은 아이러니하다. 절망과 안심은 그 성질이 대치되는 언어다. 이질적 언어들을 조합해 정반합의 의미를 도출했다. 시어의 절망은 더 이상 비애나 한탄이 아니다. 희망과 위로로 감성을 두드린다.

작가 이외현이 시집 ‘안심하고 절망하기’를 출간했다. 작가는 세상을 초연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모순의 시어를 통해 고달프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세상, 불신 보다는 믿음, 단절보다 소통을, 절망보다는 희망을 노래한다.

시인 백인덕은 안심과 절망을 동시에 시집 제목으로 사용한 이 시인의 의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안심과 절망이라는 두 어휘의 뉘앙스와 현대시의 여러 수법 중 알레고리와 아이러니 등을 대입하며 생각해보았지만, 그보다는 이 명제 자체가 하나의 말실수를 겨냥한 것으로 읽는 것이 더 적절하게 보였다’며 ‘단순한 취향의 문제라면 자기 정신의 총화라 할 수 있는 시집에 노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 장종권은 추천의 말에서 ‘이외현이 꼬집는 세상의 아이러니와 병적인 세계는 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바탕 위에 세워져 있다’고 단정한다. 또 ‘막무가내로 세상을 비꼰다 하더라도 그 뿌리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절망을 해도 마음 놓고 절망할 수가 있다’며 ‘그러니 사실 이 절망은 절망이라고 볼 수 없다. 차라리 희망이다’라고 얘기하며 ‘시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외현 시인은 전남 진도에서 출생하여 조선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학교의 교육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2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했으며, 현재는 계간 ‘아라문학’ 편집장으로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이외현의 첫 시집 ‘안심하고 절망하기’ 는 4부, 총 78편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달, 실연하다
 
오밤중, 탱자 울타리 넘어 꽃 따러 갔지.
꽃, 따기도 전에 가시에 찔려 아팠지.
해가 없는 밤이면 꽃은 잠을 자지.
달은 오므린 꽃잎에게 속삭였지.
열어 봐
제발, 좀 열어 봐.
꽃은 못 들은 체 고요하기만 하지.
서성이던 달은 눈이 퉁퉁 붓도록 울지.
꽃이 뿌옇게 보일 때까지 혼자 울지.
별들이 슬픈 달을 감싸며 위로하지.
해를 향해 꽃잎 열어 활짝 웃는 꽃 바라보며
낮달은 구름 속에서 또 숨죽여 울지.
칠흑의 밤, 달은 흐린 빛을 내려놓고
산꼭대기에서 꺽, 꺽, 목 놓아 울지.
천 년 동안, 폭포 같이 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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