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참 생각] 정민교 기자

‘소통과 화합, 평화의 아시아 실현’
‘이념과 종교, 민족의 갈등을 녹이는 평화의 제전’
‘화합과 포용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대회’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지향하는 목표다.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이번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민족의 화합, 나아가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대회로 기억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개막을 8일 앞둔 지금 정치적 이념으로 비롯된 갈등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스포츠라는 순수한 공감대가 정치적 이념으로 훼손되고 있다.

일부 단체들의 주장에 겁을 집어 먹은 주최측은 그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수습하는데 급급, 부랴부랴 봉합하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일부 보수 매체와 단체들의 요구에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주변에 걸려 있던 북한 인공기를 포함한 45개 참가국가들의 국기를 모두 내렸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였다고 둘러댔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는 우여곡절끝에 북한 선수단의 참가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가입돼 있는 모든 국가가 참가하는 대회라는 큰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OCA 국가의 국기를 게양해 이번 대회가 지향하는 화합과 평화의 축제라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하려는게 조직위의 판단이었다.

북한 선수단이 참가한 지난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당시에도 북한 인공기는 다른 국기들과 함께 걸렸었다. 또 1988년 서울올림픽 때에는 당시 소련을 포함한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모두 참가해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덕에 서울올림픽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고, 성공적인 대회로 전세계인에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대규모 국제대회를 치른 한국에서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북한의 인공기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다른 국기까지 철거하는 추태가 벌어졌다.

지난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를 펼친 박종우 선수는 정치적 의사를 표출했다는 이유로 IOC로부터 메달을 박탈당할 뻔 했다. 스포츠라는 순수한 정신은 정치적 이념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기본 정신에 입각한 것이었다.

11일 북한 선수단 선발대 94명이 입국해 구월아시아드 선수촌에 입촌했다. 경찰은 북한 선수단 입촌에 따라 경기장과 선수촌 주변에 5천여 명을 배치했다.

북한 선수단의 경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그 내면에는 일부 보수·반북단체의 접근을 사전 차단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지난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발생했던 인공기 훼손 사태 등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고 있다.

성숙되지 못한 국민의식이 불필요한 경찰병력을 소모하고 있고, 일부 단체의 주장에 휘둘리는 조직위는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격을 낮추고 있다.

일부 단체들이 요구한다면 북한 선수단의 참가 자체도 막을 것인가? 북한 선수단이 아시아드선수촌에 입촌해 처음으로 대하는 남한 사람이 경찰이 아니라 손을 흔들며 환영해 주는 일반 국민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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