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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2월 15일 일간지 재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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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정(施政)은 가능할까


오직, 여기 인천을 위해 최우선으로 필요한

열가지, 백가지를 골라 가려내야 할 것이다

또 다시 ‘새로움’과 ‘변화’라는 말들이 쏟아지는 계절이다. 4년 전에도 그랬고 또 다시 그 4년 전에도 그랬다. 물론 그 보다 더 4년 전에도….

모든 것이 새로운 각오로 충만하고 권력은 그 이전의 권력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세상을 약속한다. 변화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그 변화의 맨 앞머리에 스스로 설 것을 다짐한다.

물론 간간이 앞의 미덕을 흔들림 없이 승계하겠다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선거전을 통한 권력의 교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고 고작해야 자신을 반대했던 세력을 끌어안기 위한 화해의 수사들이 추가되는 정도가 통상이다.

그러나 구약(舊約)은 이러한 인간들의 새로움에 대한 맹세에 대해 여지없이 찬 물을 끼얹는다. “…지금 있는 것은 언젠가 있었던 것이요…하늘 아래 새것이 있을 리 없다. 누군가 ‘보라. 여기 새것이 있다’하더라도 믿지 말라. 그런 일은 우리가 나기 오래 전에 이미 있었던 일이니라….”

기실 따지고 보자면 인정의 기본을 이루는 사단칠정(四端七情)의 정서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바뀔 리 없는 일이고 패거리를 지어 다투는 생존경쟁의 행태가 쉽게 사라질 리 만무한 것이니 인류가 희구하는 새로움에 대한 바람은 숙명적으로 한정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인간사 어느 것 중에도 앞의 일이 뒤를 제약하지 않는 경우라는 것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고 보면 세상 이치에 달관한 사람들일수록 정치인들의 맹세 따위를 쉽게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현실 속에서 흔하게 입증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의 옛 글들을 다시 들춰본다. 나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게 그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고 3개월쯤 지난 2006년 9월에 한 일간지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공개편지를 보냈다.

“…시장께 다시 한 번 인천의 개발현장 주변을 돌아보실 것을 권합니다.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인천을 둘러싸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와 투자 환경은 인천의 대규모 건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습니까. 대한민국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의 과잉 투자는 인천의 미래 건설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인천시의 재정은 지금과 같은 확대 정책을 계속적으로 견뎌 내겠습니까. 인천시가 의지하고 있는 몇몇 연구자와 공무원들의 능력은 시장께서 구상하고 계신 대도시 건설을 위해 필요하고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다고 보십니까.

무엇보다도 인천이라는 도시의 미래가 시장께서 구상하신 대로라면 모두의 삶을 풍요롭고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 틀림없겠습니까. 만일이라도 이러한 대규모 사업들을 진행하는 중에 대한민국 경제에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대비책은 가지고 계십니까.

사업이 크고 불확실할수록 사업의 규모를 나누어야 하고 사업이 힘들수록 나의 욕심을 줄이고 주변의 힘을 끌어오고 합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습니까.

이제 도시가 규모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 기능은 풍요와 쾌적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어야 하며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세부적인 고려 사항은 끝도 없이 많습니다. 그러한 내용을 몇 사람의 연구자와 공무원의 노력만으로 채울 바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송영길 시장에게 임기가 시작되고 4개월쯤 지난 뒤인 2010년 11월,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다시 편지를 썼다.

“… 하나의 고을을 다스리고 만들어나가는 철학과 방법이야 얼마든지 다양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리더들의 소신이나 개성이 한 사회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사회의 다양한 가능성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절세의 경륜이라 할지라도 그를 따르는 자들을 감동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바른 방법을 얻지 못한다면 한갓 술자리의 잡담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많은 처세의 글들이 큰 꿈을 품고 멀리 보는 눈을 가지라고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이 없이 이루어지는 내일이 없고 내가 딛고 서있는 땅의 한치 앞을 모르면서 별자리만을 좇는대서야 슬기롭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무릇 남들의 운명에 대해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오늘’과 ‘여기’가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언제나 인천시장의 생각은, 오늘, 여기, 인천을 위하여 유용한 것이어야 하고, 천만가지 일 중에 열 가지, 백 가지 일만을 고를 수밖에 없다면 오직 오늘, 여기, 인천을 위하여 최우선으로 필요한 열 가지, 백 가지를 골라 가려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인천시장은 대통령도 되어야 하고 통일운동의 선각자로 역사의 인물이 될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꿈들은 인천에 대한 충성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인천시장이라는 직함이 규정하는 전제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펼쳐놓은 거의 모든 사업을 재검토해야 할 만큼 재정이 어렵다는 간단한 사실 하나도 시민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중소기업들, 결식아동과 조손가정, 소년소녀가장, 실업 빈곤층이 언제나 손길을 기다리고 있고, 5대 강력 범죄의 발생 비율이 전국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도시, 모든 분야 최저의 열악한 환경수준을 넘겨받은 이 도시의 수장으로서, 충청도와 해저터널을 연결하고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며 북한 주민의 기갈(飢渴)을 먼저 걱정한다고 해서 어떤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있겠습니까.

기업이 경영의 위기에 처했을 때는 소위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하게 마련입니다. 사업의 위험성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계획을 취소하기도 하고 경영규모를 축소하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기업의 동력을 축적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간곡히 권하옵거니와 무엇보다 먼저 시민들에게 인천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리고 설득하셔야 할 것입니다. 시민들에게 개발만이 살길이 아니라는 신념을 심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부담스런 사업들의 성과에 연연하지 마시고 행정의 몸집을 가볍게 만들어서 부디 지방행정의 본령인 문화와 복지, 도시정비, 산업의 지원, 환경과 치안으로 돌아오시길 권합니다. 지방행정이 대형 개발사업에 매달린다고 해보았자 민자(民資)의 함정에 빠지기 쉽고 부동산의 덫에 걸려들 뿐입니다.

발권(發券)의 권한도, 시장조작의 능력도, 법의 제정권도 가지지 못한 지방행정부가 어차피 경제에 대해 할 수 있는 범위는 작습니다.

빚에 매달리는 지방재정은 최소한 이자부담 만큼 지속적인 재정능력의 축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고, 이러한 현상은 생산기능을 갖지 못한 지방재정이 오히려 지방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끝으로 시장께서는 언제나 280만 인천시민 전체의 살림꾼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야권 연대가 무엇을 했던 간에 성공한 시장은 반쪽만의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성공하지 못한 시장이 어떻게 다음의 또 다른 역할을 꿈꾸겠습니까.

또한 복룡(伏龍)과 봉추(鳳雛)를 구하고자 하신다면 친구와 고향을 떠나시기를 권합니다. 익숙한 친구와 고향은 편할지언정 한 인물을 새롭게 키우고 넓혀주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는 이러한 나의 편지들에 대해 그들로부터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임기 내내 이에 관한 진지한 전화 통화 한 번을 해보았던 기억이 없다.

나는 이제 이런 어리석은 일을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병적으로 닫혀있는 세계를 번번이 확인하는 것이 나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기도 하려니와, 이제는 그들이 달라질 수 없는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이런 글을 적고 있는 것은, 아마도, 옛날 은나라 탕왕이 세숫대야에 새겨 놓고 다짐했다는 구일신일신우일신(苟日新日新又日新 진실로 날마다 새롭게)의 인간적인 매력이 숙명론보다는 훨씬 강하게 나를 압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한 번이라도 달라진 인천의 시정을 보고 싶다.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하석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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