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은 부평평야 복판을 흐르는 한강의 지류이다. 부평묘지공원에서 발원하여 부평구의 중심가를 지나 김포시 신곡동 양수장에서 한강에 유입된다.

하천 길이 20㎞, 유역면적 133㎢로서 인천시 관내에서는 가장 길다. 예전에는 청천천과 계산천의 지류를 포함하여 하천이라기 보다 부평평야의 농사를 돕는 관개수로라고 할만했다. 영농철이면 한강으로부터 물을 끌어 올려 하천 줄기를 따라 역류 고루 추겨주는 수로였다.

‘판개’라고도 불렸거니와 굴포천(堀浦川)은 글자의 뜻 처럼 자연하천이 아닌 인공하천인 셈이었다. 지금 물이 흐르는 유로가 거의 직선인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듯 옛날 운하를 굴착하느라 파낸 흔적이다. 조선조 중종때 삼남지방에서 북상하는 세곡선들이 험로인 강화도의 손돌목을 지날때 피해가 많아 이를 피하기 위해 안전한 수로를 구상한 것이 굴포천이었다.

그러나 굴포천의 필요성은 진작부터 있었다. 임금의 정무 참고서라 할 ‘만기요람(萬機要覽)’ 조운편에 의하면 고려시대 무신정권의 실력자인 최이(崔怡)가 인천 앞바다와 한강 사이에 운하를 시도했으나 부평의 지형을 살펴보고는 중지했으며 조선 중종때도 김안로(金安老)가 재시도했다가 역시 중단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박광성(朴廣成) 교수는 양조의 권신들이 굴포천을 시도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부평묘지공원에서 발원한다는 굴포천은 지금 부평구청 인근에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그 상류는 모두 복개되어 도로나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일대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로 오염되었음을 노출하기가 참으로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전답에 농수를 공급하고 하동과 태공들이 즐기던 하천이 악취로 코를 쥐게하고 온갖 해충이 들끓게 했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유역의 저지대는 적은 비에도 쉽게 침수피해를 가져오게 한다.

그렇던 굴포천이 그동안의 노력으로 점차 정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그 하나의 사례가 본보 30일자의 “굴포천 맹꽁이 집단 서식” 보도이다. 인간에 의한 더럽힘이 중단되는 만큼 자연의 자정능력은 되살아난다는 증거이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