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모를 유권자들…캠프선 유·불리 감못잡아 ‘초조’

▲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19일 부평 문화의거리에서 사전투표 안내 홍보와 투표 참여 홍보 캠페인을 전개한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와 푸르미가족봉사단.

마흔 다섯 살 전업주부인 김영란(가명)씨는 요즘 바쁘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고등학생 아들과 남편을 위해 아침상을 차려놓고 6시면 혼자 집을 나선다. 새벽 출근은 지난 22일부터 시작됐다.

같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민의 권유로 야당 소속 구청장 후보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면서다. 일당은 7만원. 6월3일까지 열흘 남짓이면 꽤 짭짤한 보수라는 데도 매력이 있었고,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털고 새로운 사회도 느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무조건 일당에만 마음이 있어서 나선 건 아니에요. 내가 선거운동을 해도 괜찮은 인물인가, 후보에 대해서 조사를 좀 했죠. 유권자로서 마음이 가야 선거운동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죠.” 김씨는 후보에 대해 나름대로 검증을 마치고 결심을 굳혔다.

26일 아침. 5명이 한 팀인 김씨 팀은 6시30분에 전철역에 집합했다. 출근 길 인사를 위해서다.

세월호 사태로 인해 선거풍경은 참으로 달라졌다. 이전처럼 구호를 외치거나 큰 소리로 지지를 당부하지도 않는다. 피켓을 들고 있어나 조용히 역사로 들어가는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기만 한다.

“선거 때마다 운동원으로 활동했던 분들이 그러는 데 이번이 제일 힘들다고 말해요. 구호를 외치고 노래와 율동도 하면 시간이 잘 간대요.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이니까 힘도 덜 들고요.”

밤새 내린 비가 그치면서 쌀쌀한 기운이 돌자 몸을 움츠려서 인지 이날 아침은 몸이 더 찌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침 점심 저녁 3차례 두시간 반에서 세 시간씩 선거운동을 펼친다. 휴식은 두 차례 두어 시간쯤 주어진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식사를 하고 잠시 쉬었다 다시 현장으로 나온다.

“주로 점심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사거리에서 선거활동을 하죠. 식사를 방해하면 해가 될까봐 식당은 찾지 않아요. 아침과 마찬가지로 유니폼 차림에 피켓 들고 서있는 게 대부분이에요. 유세차량과 함께 움직여도 음악이나 지지를 당부하는 방송도 거의 틀지 않아요.”

선거운동이 달라지니 유권자들도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후보를 홍보하는 명함을 건네면 조용히 받아든다. 예전처럼 귀찮다고 해서 받기를 거부하거나 그 자리에서 버리는 일이 사라졌다. 또 후보에 대한 반감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화를 내거나 삿대질을 하는 경우도 아직 보지 못했다.

딱 한 번, 건널목을 건너던 70대 할아버지가 후보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웃으면서 손으로 엑스(X) 자를 그리면서 지나가는 광경은 목격했다.

경로당 등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도 ‘후보가 누구냐’ ‘인천사람인가’ 등을 묻기는 해도 이전처럼 반감을 대놓고 드러내는 이들이 없다.

상대편 여당 후보 운동원들과 같은 자리에 나란히 서서 선거운동을 해도 마찬가지다. 예전처럼 목소리를 높이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도 없다. 오히려 헤어질 때는 웃으면서 서로 ‘수고하세요’하고 인사를 나눈다.

“이전 선거 때는 밖에서 바라봐도 안좋은 모습들을 많이 봤거든요. 다른 사람들도 이번에는 이외라고들 해요. 세월호 참사로 선거 열기가 식었다는 말도 맞지만, 한편으로는 큰 아픔을 계기로 주민 의식이 어느 정도 성숙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조용한 선거가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다. 후보자들의 선거 캠프다. 선거가 열흘도 안 남은 지금쯤이면 우세나 불리 등의 상황이 감지되는데 선거현장이 조용하니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 전략을 짜기 힘들죠. 기초선거는 초기에는 자료를 가지고 유세활동이나 선거운동원 배치 등 전략을 짜지만 후반부에는 현장의 반응을 보고 전략을 수정하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그게 좀 힘드네요.” 시의원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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