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교육자 외길…서예가 변효숙 전 구산초 교장

변효숙 전 구산초등학교 교장은 경인교대를 졸업한 1973년 경기도 연천 상리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후 41년간 교육자교사로 외길을 걷다 올해 정년퇴임을 했다.

▲ 변효숙 전 구산초교 교장
하지만 스스로 ‘그간 미친 듯이 바쁘게 살아왔다’는 그가 선택한 것은 유유자적 시간을 즐기는 삶이 아니었다. 교문 밖에서 또다른 제자를 만나는 일과 서예가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퇴직한지 세달이 지났지만 정작 긴 휴가 한번 가지 못했다.

“더 바빠요. 그간 못 본 사람들을 맘껏 만나고 싶었지만 정작 그것도 못했네요. 지금이 너무 좋아요. 시간을 온전히 작업과 지도에 쓰고 있어서….”

변 전 교장이 서예를 시작한 때는 1975년. 연천에서 경원선을 타고 청량리에 내려 서예학원을 다니면서다. 이후 서예는 교사의 삶과 함께 했다.

낮에는 교사로 저녁과 주말에는 작가로서 작업에 열중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 작가 등 굵직한 수상만 여섯 차례, 개인전만 무려 여덟 차례를 치른 중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여개 서예대회 심사위원 직함도 지니고 있다.

변 전 교장은 제자들과의 교감을 서예로 했다. 교사시절에는 아침 자습전 아이들과 서예수업을 했고, 보직 교사가 된 이후에는 특별활동과 방과후학교를 통해 서예를 가르쳤다.

서예는 마음을 정화시키고 인내를 길러주는 훌륭한 수업이라고 말한다. 산만한 아이들도 붓을 잡게 되면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예지도로 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한 제자도 세 명이나 된다.

퇴직 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인 15일 그는 작업실에서 작품작업을 하고 있었다. 개인전은 고사하고라도 초대전과 그룹전에 내야할 작품을 내려면 부지런히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 초년병 시절 연천에서 맺은, 이제는 희끗희끗 은발이 앉은 중년의 제자들이 선생님에게 잊지 않고 전화를 했다. 이들과는 1년에 한번 남편과 연천을 찾아 제자들과 만남을 갖는 특별한 사이가 됐다.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임영신같은 교사가 되고 싶어. 교대를 진학했어요. 다시 그때로 되돌아가도 교사가 되고 싶어요.”

“이제는 서예를 통해 또다른 제자들과 만나고 싶어요. 학교가 아니니 정년도 없겠죠? ”

변 전 교장은 교육현장에 서예를 제대로 아는 교사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현실적으로 교과과정에 서예가 있어도 제대로 지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서예부가 있는 학교도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세태 탓인지 서예 공모전도 많이 줄었고, 자녀들에게 서예를 권하는 학부모들도 드문 편이다.

“서예가 전통이라는 가치를 중시하자는 말보다, 서예는 나를 키우고 다듬는 작업이며 인고로 빚어내는 작품이라는 예술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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