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 그레코(El Greco) 모피 목도리를 두른 여인(Lady in a Fur Wrap)-영국 글래스고의 폴록 하우스 소재

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폴루스로 1541년 당시 베네치아 공국의 식민지였던 크레타 섬에서 그리스인으로 태어났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했을 때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보고 상당한 거부감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로마에 머물지 않고 몰타를 거쳐 스페인으로 갔으며, 남은 생애를 그 곳에서 지냈다.

엘 그레코(El Greco)란 이름은 ‘그리스인‘이라는 뜻으로 평생 이방인으로 살았던 그에게 조국 그리스를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을 대변한 듯, 알려진 닉네임이 자연스럽게 그의 본명 대신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 그림은 1580년경에 톨레도에서 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주로 비잔틴 양식의 성화를 위주로 그림을 그렸고, 초상화도 많이 그렸는데 이 또한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이었다.

특히 세속적인 것과 여성이 그의 작품 속에 거의 존재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 그림은 동시에 두 개의 아이콘(세속과 여성)이 등장함으로써 그레코의 작품 경향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명 비밀스러운 이유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모델이 된 여인의 정체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몸에 걸치고 있는 모피와 보석 등으로 치장한 것을 보아 상류층 귀족이 아니면, 부자 집 여인인 것만큼은 틀림이 없을 것 같다.

16세기의 유럽은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한 동서양 무역의 절정기였다. 이러한 무역을 통한 사치품들은 서유럽으로 흘러들어 갔고, 스페인의 당시 수도인 톨레도는 각종 호화로운 옷과 장식품이 넘쳐 났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인을 척 보면, 귀족적이며 우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돈으로 치장한 여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 이유는 당시 중세봉건시대가 지나고, 무역과 상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신흥부자들이 속출하였고, 그들은 타고난 신분을 높게 보이기 위해 화려한 옷과 보석 등 사치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그래서 이 여인이 더 귀족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여인의 얼굴은 역삼각형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계란형의 미인이기는 하지만 턱 선이 얇아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올수록 좁아진다. 다시 말하면 당근 모양으로 턱 끝이 뾰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인중에 비해 턱이 길게 보이며(사실 길기도 하다), 걸치고 있는 모피와 장식된 보석에 비해 얼굴은 우아함과 귀족스러움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만 다행인 것은 입술이 작고 도톰하기에, 얼굴이 전체적인 밸런스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보다 얇은 입술이었다면 유약해보였을 것이고, 입이 지금보다 더 컸다면 장사치의 말 많은 아낙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는 그런 외모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척 볼 때와는 사뭇 다르다. 그림과 약간 거리를 두고 보니 그녀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친다. 참으로 맑고 아름답다. 잠시 동안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그림에 푹 빠져 있는 나를 깨운 것은 그녀의 미소였다. 그런데 왜 그녀의 눈이 미소 지었을까?

작고 아담한 입술과 진한 입 꼬리의 도발 때문이다. 그것들은 다소 건방져 보이는 깊은 미소를 띠며, 코 윗부분의 얼굴을 더욱 드러나 보이게 하는 놀라운 무기로 작동하고 있었다. 곧 얼굴의 하부가 상부를 살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모피에 둘러진 마네킹과 같은 정지된 우아함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를 깨운 것은 눈이 아니라 입이었다.

헐! 역삼각형의 완벽한 미학이다.  자고로 아름다운 얼굴이란 얼굴의 중심인 코를 기점으로 그 상부(눈, 눈썹, 이마)와 하부(인중, 입, 턱)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는, 이 지극히 평범한 진리가 순간, 나의 관념을 무참히 깨뜨리고 말았다.

사실, 입술의 형태와 두께는 다소 주관적이어서 두껍거나 얇아서 고민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너무 두꺼운 입술은 투박한 인상을 줄 수 있으며, 너무 얇은 입술은 나이 들어 보이거나 가벼워 보일 수 있다.

예전에는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고 동양적인 미를 발산할 수 있는 얇으면서도 가지런한 입술을 많이 선호하였으나, 최근에는 건강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도톰하고 윤기 있는 입술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입술을 교정하는 수술은 먼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치아나 치조골의 문제가 동반된 경우는 치아교정 혹은 돌출 입 수술, 무턱수술, 귀족수술과 병행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이다.

자료제공=송상훈 골든뷰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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